웃자란 어린이 트윈스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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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일리노이주 뉴 레녹스시에 사는 제나 앤더슨은 12세로 또래와 같은 '보통아이' 다.

그녀는 얇은 어깨끈만 있는 속옷 스타일의 웃옷에다 히프가 꼭 끼고 아래 통이 넓은 나팔바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통굽 신발을 즐긴다.여기에 파란색 매니큐어와 립스틱을 칠하고 마스카라로 눈을 강조하는 대담한 화장도 주저하지 않는다.

제나의 어머니는 그래도 딸이 멋지게 보인다고 추어주지만 아버지는 어린 딸이 너무 노출이 심하다고 불만이다.

미국의 시카고 트리뷴지는 최근 특집기사를 내고 인형이나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어울릴 8~12세 어린이들이 패션이나 화장품.스포츠카나 연애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도 어린이들이 조숙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특집기사를 냈다.

두 신문 모두 이 연령층을 아기와 10대 청소년 사이의 중간계층으로 새롭게 분류, '트윈스 (Tweens) 세대' 라고 칭했다.

트윈스 세대는 자신이 남에게 섹시하고 멋있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자기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화장품.액세서리.미니스커트.가죽바지 등 10대 계층에서 유행했던 각종 상품들이 저가에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날 따라와 (Follow me boy)' 같은 선정적 상표가 붙은 화장품이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으며, 영화 '타이타닉' 의 남자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영국의 팝스타 스파이스 걸스가 최고의 우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10대처럼 술이나 담배, 심지어 마약이나 성적인 문제에도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10대 잡지나 TV에 큰 영향을 받고 또래들끼리 주고받는 영향력도 크다.

영국의 10대 잡지 블리스는 15세 소녀를 겨낭하고 만든 것이지만 실제는 그 동생벌인 10세짜리들에게서 주로 읽혀지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 때문에 "아동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 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초등학교 5~6학년 여학생들 사이에 임신사례가 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12~14세 연령층에서 보이던 현상들이 10~12세 층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원인으로는 소비용품 업체들과 대중매체의 상업주의가 확산되는데다 맞벌이나 이혼이 늘면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편부나 편모슬하에서 자라는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는 자연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아이들은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해 비슷한 복장과 행동을 해야 하면서도 자신을 부각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김원배 기자

◇ 트윈스 (tweens) =영어의 'tween' 은 '~사이에' 라는 'between' 과 같은 의미로 여기에 복수형 's' 가 붙은 것. 즉 어린이와 사춘기 청소년 가운데 '낀 세대' 라는 의미다.

올해초 의류.화장품.광고업계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10대 언저리의 틈새시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부모의 통제에서 떨어져 나와 또래집단과 상업주의의 영향권에 들어간 어린이 세대를 지칭하기도 하는 등 사회심리학적 의미가 포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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