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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넛 6집 ‘불편한 파티’ 냉소적 가사 명료한 리듬…여전하군, 다섯 악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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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크라잉 넛’의 6집 앨범에 대해 멤버들은 "레코딩 기술을 배워 최초로 녹음까지 직접 한, 진정한 인디음반”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경록·김인수·박윤식·이상면·이상혁. [최승식 기자]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이들의 노래란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크라잉 넛’이 3년 반만에 발표한 6집 앨범 ‘불편한 파티’를 받아든 첫 소감은 “악동들, 여전하군”이다. 직설적이지만 은유적이고, 냉소적이나 유머러스한 가사를 단순명료한 펑크 리듬에 기막히게 얹어놓는 재능, 흔치 않다.

예를 들자면 이런 부분이다. ‘내가 크면 잘나가겠지/명품옷에 외제차 타고/잘나가는 연예인/여자친구 꼬셔봐야지’(‘착한 아이’), ‘귀신은 정말 뭐하나/이제는 날 좀 거둬가오/귀신은 정말 뭐하나/당장 나와 일하지 못할까.’(‘귀신은 뭐하나’)

1990년대 후반, 홍대 앞 인디붐을 이끌었던 신예에서 이제는 홍대 앞의 대선배가 된 ‘울부짖는 땅콩(Crying Nut)’, 박윤식(보컬)·이상면(기타)·한경록(베이스)·이상혁(드럼)·김인수(키보드)를 만났다.

새 앨범의 제목은 ‘불편한 파티’다. “사람들은 파티를 벌이듯 마구 소비하며 살고 있지만, 이제는 그 끝이 보이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잖아요. 욕망과 이기심으로 파괴되는 환경을 은유적으로 담은 제목입니다.”(이상혁).

환경 문제뿐 아니다. 타이틀곡 ‘착한 아이’는 한국의 교육현실과 입시문제를, ‘웨이크업(Wake Up)’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 오히려 소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크라잉 넛’ 답게, 정색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계몽시키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저 2009년을 살고 있는 30대 초·중반들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적은 것 뿐이죠.”(김인수)

이번 앨범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연습실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멤버들이 직접 레코딩을 했다는 점이다. “ 녹음장비들를 먼저 들여놓고 기술적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작업했어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죠.”(이상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를 통해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은 물론 레코딩까지 손수 완성한 ‘진정한 인디앨범’이 탄생할 수 있었다.

동반 입대했던 4명의 멤버가 2005년 제대한 후엔, “군대서 각 잡혀 돌아온 크라잉넛, 어떤 음악을 하나 보자”는 시선 때문에 부담도 많았다. 음악적으로 너무 훌륭한 후배들의 추격에 “똥줄이 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년여간 매월 한 번씩 후배 밴드를 초청해 ‘크라잉 넛 쇼(Show)’를 열면서, 어깨가 많이 가벼워졌다.

“우리의 본 무대인 클럽공연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히 초심으로 돌아가더라구요. 여러 밴드와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구요.”(박윤식)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장기하와 얼굴들’을 비롯 쟁쟁한 후배 밴드가 활약 중이지만, 밴드의 필수 덕목인 ‘낭만’에서만은 그 어떤 팀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술먹고 실수하고 그런 일상이 모여 재밌는 음악이 나오죠. 후배들, 사실 너무 못 놀아요. 다들 착실히 집에만 일찍일찍 들어가고. 그나마 낭만으로 겨뤄볼 만한 후배라면 ‘김창완 밴드’ 정도? 하하.” 술이 덜깬 채 공원에서 눈을 뜬 아침의 감상을 담은 ‘비둘기’를 작사·작곡한 한경록의 불만(?)이다.

9월 5일에는 익숙한 홍대 앞을 떠나 서울 광진구 멜론악스홀에서 6집 발매기념 단독 공연을 갖는다. “사람들이 자꾸 철 좀 들라고 하는데 잘 안되는 걸 어쩌냐”는, ‘철 못든’ 다섯 남자의 모든 것이 이 무대에서 밝혀진단다. 

이영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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