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용 천연 MRI 조영제 국내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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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암세포의 영상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게 하는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 조영제(造影劑)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가천의과학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오병철(사진)·김현진 교수팀은 X선으로 촬영하기 어려운 암과 거식세포를 더 잘 촬영할 수 있는 조영제를 천연물질을 이용해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거식세포는 면역담당세포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먹어 치우는 역할을 한다. 이 조영제는 천연 유기물질을 사용해 개발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기존 제품에 비해 작은 양으로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간이나 다른 장기의 가느다란 혈관도 선명하게 보인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개발한 조영제는 경제성과 안정성, 특정 세포 촬영 등 여러 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월등한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 조영제의 50분의 1~200분의 1만 인체에 투여해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양의 조영제를 투입하는 데 따르는 인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천연물질을 사용함으로써 생산하기가 쉽고 값도 싸다.

이 조영제는 MRI뿐만 아니라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에도 적용해 암 전이 유무를 신속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암덩어리에 이 조영제를 주사하면 처음으로 전이되는 림프절을 확인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망간이나 철 이온과도 잘 결합해 영상의 명암 구분을 용이하게 한다. 주사 이외에 경구 투여로도 조영 효과를 낸다. 기존 조영제는 대부분 주사제로 투여했다.

연구팀은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으며,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 세계 조영제 시장은 연간 50억 달러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조영제=방사선 검사 때 조직이나 혈관의 X선 흡수 차를 인위적으로 크게 함으로써 더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게 돕는 유기입자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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