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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사이버동물'광고 누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광고 (CF) 계의 고전적인 제작기법중 하나가 '3B' 의 활용이다.

시청자의 눈길을 확실히 고정시키는 '안전한 광고' 를 만들기 위해선 미인 (BEAUTY) , 아기 (BABY) , 그리고 동물 (BEAST) 을 출연시키라는 것이다.

최근 TV 브라운관에 '3B' 중 하나인 동물 모델을 활용하는 광고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예전에도 광고 제작사들이 동물광고를 가끔 시도했지만 워낙 연출과 촬영이 쉽지 않아 애를 먹었던 분야. 그러나 컴퓨터그래픽 (CG) 기법이 발달하면서 연출이 어려운 부문은 대신 컴퓨터로 만든 '사이버 동물' 을 대역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최근 동물 광고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 한솔 PCS018 최신편 (웰컴) 은 소란스러운 오리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수십 마리의 오리들이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라는 70년대 인기가요에 맞춰 꿱꿱거리는 한적한 야외. 이때 모델 김희선이 든 원샷 018 PCS폰이 울린다.

그래도 여전히 오리들은 나몰라라 합창을 계속하자 김희선이 '뚝' 소리와 함께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준다.

그러자 이들 오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입을 닫고 김희선은 즐겁게 통화를 마친다.

오리들은 실제 출연진이지만 일사불란하게 입을 다무는 장면은 호주 특수 촬영팀의 힘을 빌었다고. 그러나 일부 장면을 빼곤 대부분 실제 촬영된 제작과정 중에 오리들은 각종 해프닝을 연출했다고 한다.

우선 김희선 앞으로 모여야 할 장면에선 오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때아닌 '오리몰이 소동' 을 빚었다는 것. 또 정작 '대열 해산' 장면에선 미인 밝힘증 (?) 이 있는 한 오리가 한사코 김희선 뒤를 쫓아다니는 소동으로 역시 스탭들을 골탕 먹였다고.

017신세기통신 광고 (대홍기획)에 출연한 못난이 불독 '베토벤' 도 3백50만원이라는 '거액의 출연료' 가 아깝지 않게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았다.

베토벤은 김국진의 다리를 잡고 몸에 기어오르는 등 낙엽 위에서 능숙한 '러브신' 을 소화해냈다.

고려화학 우드피아 바닥재 광고 (금강기획)에 출연한 점박이도 걸레를 쥐고 직접 바닥을 닦는 고난도의 연기를 직접 시연했다.

그러나 촬영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모델로 모셔온 점박이가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탓에 한국말을 못알아들은 것은 애교 수준. 아무리 설명해도 (?) 자발적으로 바닥을 닦는 장면을 얻어내기는 무리라 결국 제작진은 얇은 피아노줄을 다리에 묶어 밀고 당기는 '최후의 수단' 까지 동원했다는 것. 금호타이어 솔루스 광고에서 아스팔트 도로위를 헤쳐나가는 돌고래 모델들은 제주도 퍼시픽아일랜드 소속의 쇼전문 돌고래인 수돌이 - 만돌이 콤비. 그러나 그동안 점프연기 만을 전문으로 해왔던 터라 정작 앞으로 전진해나가는 '점잖은 연기' 가 익숙치 않아 역시 제작진의 애를 태웠다고.

이밖에 대우마티즈 승용차 광고에 출연한 코끼리 모자 (母子) 도 말없는 연기로 자동차 광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일조한 모델. 마티즈 주위를 맴도는 아기코끼리를 내쫓은 탐험가가 흐뭇한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화가 잔뜩 난 엄마 코끼리가 나타나 냅다 마티즈를 걷어차는 '위기' 를 맞는다.

그러나 오히려 단단한 차체에 다리를 다쳐 결국 절뚝거리며 물러나는 연기를 보여주였다.

여기에서도 코끼리들은 실제 모델들이지만 절뚝거리는 모습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감쪽같이 그려 넣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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