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개혁과 교원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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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입시를 앞두고 한 고교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논술강좌를 실시하면서 학생당 24만원의 과외비용을 거둬 문제가 됐다.

비용이 과다하다는 점은 문제가 되겠지만, 학원강의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수요자인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가 배려를 했다는 점에선 크게 탓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논술고사가 중요 입시과목으로 정착한 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고력과 비판력, 그리고 독서량과 문장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좋은 취지에서 논술고사가 실시된 지 이미 6년째다.

그런데도 지금껏 학교현장에선 이를 지도할 교사가 없다면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개혁의 이상과 현장의 현실이 겉돌고 있다는 작은 증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이 단행되고 온갖 제도와 장치가 새롭게 도입되고 있지만 지나놓고 나면 모두 그게 그것이었다는 허탈한 결론에 이른다.

개혁의 논리와 이상이 잘못된 게 아니다.

개혁을 실천할 교사의 의지와 수준, 그리고 자질이 그에 걸맞게 움직이지 못한 탓도 있다고 봐야 한다.

새 정부 들어 또 다시 획기적인 개혁이 잇따라 발표됐다.

개혁방향과 새 제도 모두 21세기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준높은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천할 학교현장의 교사들은 어떤가.

바뀌는 제도만큼 교사의 자질이나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가.

우수교원을 양성.확보할 제도적 장치는 갖추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교원의 정년단축계획도 교원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고령 교사를 젊은 교사로 단순 교체한다 해서 이것이 곧 교원자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가지 방안이 병행추진돼야 한다.

나이와 관계없이 부적격한 교사를 검증하는 심의장치가 제도적으로 운영되면서 동시에 우수교원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더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교사의 인성과 교육능력에 대한 꾸준한 점검을 통해 승진과 승급을 공정하게 실시하는 거름장치가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는 교원 배출창구인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교육을 교육개혁과 일치되는 방향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같은 취업난에서 교직은 좋은 직장이고 보람있는 일터다.

그에 상응하는 충실한 대학교육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교원개혁 없이 불가능하다.

교원개혁을 유도할 우수교사 양성책과 교육대학.사범대학 활성화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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