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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풍이 불어온다…인공위성에 큰피해 입힐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태양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11년 주기의 흑점이 막 활성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 겉으로는 항상 변함없는 모습이지만 태양이 부리는 갖가지 조화 중에는 아직도 비밀에 쌓인 게 적지 않다.

늘 접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태양의 이모저모를 태양풍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천문대는 최근 관측을 통해 태양의 흑점 수가 30여 개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태양흑점이란 태양 표면 중 주변에 비해 온도가 섭씨 1천5백~2천도 가량 낮은 4천도 정도의 지역.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인다.

천문대 문홍규 연구원은 "흑점 수가 많아지는 시기, 즉 태양의 활동이 극대에 이르면 포도가 잘 익어 포도주의 맛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고 말한다.

이는 극소기보다 0.1% 가량 태양이 더 밝아져 일조량이 늘어나기 때문. 일부 학자들은 11년의 흑점 주기가 지구의 기상 이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증가해 기온변화, 심지어는 해류의 변화까지 일으킨다는 것. 보통 5~7년인 엘니뇨의 주기도 이런 열 (熱) 수지의 변동 때문에 생긴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흑점 활동의 영향을 지구의 최전선에서 받는 것은 인공위성. 영국의 학자들은 최근 2000년에 들어서며 수주 내에 많은 위성이 태양풍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양풍은 흑점폭발 등으로 태양표면에서 지구로 불어닥치는 각종 입자들을 총칭하는 말. 이중 특히 감마선.X선 같은 고에너지 입자들은 인공위성 표면을 뚫고 들어가 민감한 부품을 손상시키거나 잘못된 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위성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 가장 걱정하는 것은 20여개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지구위치측정시스템 (GPS) 이 잘못 작동하는 것. 항공기 이착륙 등 비행관제와 자동항법에 기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GPS위성이기 때문이다.

천문대 박영득박사는 "태양폭풍으로 인한 인공위성 피해는 내년말 무렵부터도 가시화될 수 있다" 며 "흑점수가 늘어나는 속도로 보아 이때 쯤 최고조인 1백여개에 육박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태양폭풍은 흑점이 많고 이에 따라 폭발이 잦고 강할수록 강도가 세지는데 아직 흑점 폭발의 자세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때 강한 폭발로 생기는 것이 이른바 '플레어' .또 11년 주기로 흑점이 많아졌다 줄었다 하는 이유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 유럽우주기구 (ESA) 와 미항공우주국 (NASA) 은 흑점폭발 현상 등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95년 말 소호 (SOHO) 위성을 쏘아올렸다.

이 위성은 태양 표면에서도 지구와 같은 지진 (진동) 현상이 나타나는 사진 등을 찍어 보내오기도 했다.

태양에 관해 널리 알려진 것은 지름이 1백40만㎞ 정도며 불덩어리 속에서 핵융합이 일어나 빛을 내뿜는다는 정도. 가끔씩 표면 위로 높이 수십만 ㎞의 홍염이 솟구친다거나 주변부 (코로나) 의 대기 온도가 태양 표면 (6천도) 보다 훨씬 높은 1백만도가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그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 태양풍의 발진기지이기도 한 코로나가 집중 연구대상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코로나의 활동 등을 면밀히 검토, 북극 상공을 가로 지르는 콩코드를 비롯한 각종 비행기에 대한 우주예보를 내보내고 있다.

태양풍의 입자들은 적도보다는 지구의 자극이 몰려있는 북극으로 쏟아져 오기 때문. 계기의 고장은 물론 사실상 방사선과 같은 고에너지 입자들에 의한 승객의 건강 위해도 우려된다.

1억5천만㎞나 떨어진 태양의 중심부에서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진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1천5백만년. 엄청난 밀도의 중심부를 빠져나오다 보니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표면으로 나온 빛의 이동 속도는 초당 30만㎞. 이 빛이 태양계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에만 생명을 주었다.

나이가 50억년 남짓인 태양, 앞으로 얼마동안이나 더 훨훨 타오를지 모르지만 지구에는 생명줄 같은 존재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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