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왜 이라크공격에 집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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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은 왜 이라크 군사응징에 집착하고 있을까. 미국이 내걸고 있는 명분은 이라크가 91년 걸프전 패전 후 모든 대량 살상무기를 파괴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라크가 화학 및 세균 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몰래 은닉한 채 재무장을 꾀함으로써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9년째 이라크를 몰아붙이는 저변에는 미국의 경제적 계산과 지정학적 이해가 더 깊게 깔려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미국은 걸프지역의 석유자원과 걸프지역을 통한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중 5분의 1과 유럽에 반입되는 석유의 절반 가량이 걸프지역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처럼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이 지역의 패권을 잡을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미국은 이미 중동지역 정세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안보의 후견인으로서 지난 20년간 이스라엘과 인근 아랍권 사이의 평화정착에 노력해왔다.

잠재력이 가장 큰 후세인 정권이 부상하게 되면 아랍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고, 나아가 미국의 국제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사태를 통해 물리적으로 자국의 이해를 관철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임을 과시하고자 한다.

미국은 이번만큼은 이라크를 길들이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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