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층 아파트 1대 1 재건축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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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재건축단지의 전체 건립가구 수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하를 20% 이상 짓도록 하자 중층(10~15층)아파트 단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형 의무비율을 적용하면 중대형 주택이 많은 중층단지의 재건축사업성이 불투명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1대 1 재건축을 통하면 중층아파트가 살아날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소형 의무비율도 피하고 기존 주택보다 10% 정도 더 크게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용적률 완화로 재건축 연면적도 크게 늘면서 일반 분양분이 많아져 조합원 부담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런 방식의 중층 재건축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서울 논현동 경복아파트가 최근 1대 1 재건축 시동을 걸었고, 다른 단지들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중층아파트는 8만여 가구다.

◆1대 1 재건축의 매력=1대 1 재건축은 주택 크기 기준으로 가구 수는 상관없다. 1대 1 재건축의 매력이 부각된 것은 전용면적을 10%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올 상반기 내놓은 용적률 완화 규정이 중층아파트 재건축의 길을 열어 주는 셈이다. 용적률 상향으로 재건축 때 연면적이 최고 30% 가까이 늘어나면서 중층단지들은 충분히 전용면적을 10%까지 넓힐 수 있게 됐다.

여기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주택을 일반 분양할 여유도 생겼다. 조합원 물량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반 분양분이 된다. 다만 일반 분양분은 전용 85㎡ 이하여야 한다. 디에스포럼건축사무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1대 1로 재건축하면 전용 85㎡짜리 일반 분양분이 774가구나 나온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는 2830가구를 일반 분양할 수 있다.

디에스포럼건축사무소 박형준 이사는 “1대 1 재건축에서 전용면적을 넓히면 건축비가 많이 들지만 일반 분양 수입도 늘어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 증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재건축은 임대 안 지어=압구정·이촌동 등 한강변 중층단지들에서 추진되는 초고층 재건축은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부지 가운데 도로 등 공공시설로 제공하는 기부채납 면적이 많다 보니 용적률 완화 혜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초고층 재건축을 위해 사업 부지의 25% 이상을 기부채납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기부채납에 따른 인센티브 용적률을 포함해 재건축할 수 있는 용적률(정비계획 용적률)이 법에서 정한 상한(300%)을 넘는다. 정비계획 용적률이 법적 상한보다 높게 나오면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촌동에서 처음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렉스는 임대주택 없는 1대 1 재건축 계획을 마련해 최근 서울시에 심의를 요청했다.

안장원·임정옥 기자

◆1대 1 재건축=전용면적을 기준으로 기존 주택과 같은 크기로 재건축하는 것을 말한다. 가구 수와는 상관 없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전용면적을 10%까지 넓히는 것도 1대 1로 간주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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