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주가상승 지속 해외여건에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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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주 가장 눈에 띈 현상은 증시 활황이었다.

사상 최고의 거래량을 동반한 지속적인 오름세는 이른바 '대세 상승' 을 충분히 점치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주말 들어 오름세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기술적 조정일 뿐, 적어도 종합주가지수 480선까지는 별다른 매물벽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한 주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의 강세 국면은 금융구조조정의 일단락, 금리.환율의 하향안정세 등 내부 요인과 함께 엔화강세,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 고조 등 외부 변수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인 만큼 이들 외부 변수의 움직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길고 지루했던 기아자동차 문제는 결국 채권단이 현대측 요구조건을 수용하고 담보.무담보 채권간의 배정비율에 합의함으로써 사실상 현대행이 확정됐다.

물론 현대가 요구한 추가대출 요구 등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이 알아서 한다는 식으로 어정쩡한 모습을 취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현대행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온 정부도 이제 '포드' 에 대한 미련은 확실히 버린 것 - 물론 현대.포드 차원의 협상은 별개로 하고 - 으로 보인다.

이제 앞으로의 주된 관심사는 재계의 구조조정, 특히 5대 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이 어떻게 결말지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의 '속도' 다.

정부는 여전히 재계가 사업구조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재계는 재계대로 정부가 지나치게 밀어붙인다는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빅딜과 관련해 재계가 말만 했지 뭐 하나 실제 이뤄진 게 있느냐는 식이고, 재계는 정부가 요구한 7개 업종중 반도체 하나만 빼고는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를 너무 몰라준다는 식이다.

재계는 특히 정부와 2000년 3월까지 상호지급보증을 완전 해소한다는 데 이미 합의했는데도 최근 다시 이 (異) 업종간 상호지급보증은 연내에 해소하라는 방침을 '통보' 받은 데 대해 상당한 저항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측도 할말이 있다.

예컨대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줄이기로 합의했으면서도 요즘 들어 이러저러한 현실적 이유를 들어 '토' 를 달려 하는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과다한 부채를 바탕으로 이뤄져온 과잉투자가 분명 해소돼야 할 문제란 점에는 이의가 없다.

또한 이런 일을 벌임에 있어 '속도' 가 중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속도' 에는 항상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우리가 효율성 제고라는 목표보다 속도라는 과정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호흡을 가다듬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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