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년]통계로 본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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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계상으로도 IMF이후 가계 형편이 많이 어려워진 것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형편이 더욱 어려워져 '빈익빈 부익부 (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두드러졌다.

또 심리적 위축으로 소득보다 소비가 더 많이 줄었다.

그 바람에 경제가 크게 악화되자 '소비가 미덕' 이란 말도 자주 나왔다.

통계청은 도시근로자의 경우 올 상반기중 월평균 소득이 2백16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 (9만원) 줄었다고 밝혔다.

임금이 깎이고, 실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명목소득이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럼에도 소득이 월평균 9만원밖에 줄지 않았다는데 공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실제소득이 20~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소득은 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미끄러졌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아무튼 공식 통계로 인정받고 있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소득.소비가 모두 2년전인 96년 상반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내년초에나 나오는 하반기 통계는 더 나빠질 게 틀림없다.

특히 사무직보다 생산직의 소득감소가 컸다.

사무직 월평균 소득은 2.3% (6만원) 감소한 2백62만원, 생산직은 8.6% (16만원) 감소한 1백76만원이었다.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1.4% (4만원) 줄어든 2백78만원인데 비해 중졸은 16.9% (33만원) 나 감소한 1백67만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저학력 생산직 근로자가 더 큰 고통을 받았다는 얘기다.

소득수준별로는 상위 부유층 20%의 월평균 소득이 2.3% (10만원) 늘어난 4백32만원인데 비해 하위 빈곤층 20%는 14.9% (14만원) 나 줄어든 78만원에 그쳤다.

부유층은 금리가 올라 이자수입 등이 되레 늘어난 반면 빈곤층은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하위 빈곤층 20%는 매달 6만원씩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를 내고 있다.

소득이 줄고 생활이 어려워지자 소비는 더 많이 줄었다.

특히 언제 실직될지 몰라 돈이 있어도 일단 '안쓰고 버티자' 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올 상반기중 월평균 지출은 1백54만원으로 8.8% (15만원) 감소했다.

교양오락비가 5만4천원으로 29% (2만2천원) 나 줄었다.

외식비도 11만6천원으로 26% (4만2천원) 감소했다.

이밖에 보건의료 (-9.9%.6천원).교육비 (-7.1%.1만원) 도 줄었다.

병원.약국도 적게 가고, 자녀들 학원도 덜 보낸다는 얘기다.

자동차 구입도 65%나 줄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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