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독신을 고집하며 살았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별명은 '음악의 수도사' .시대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행에 뒤떨어진 남루한 옷을 입고 다녔고 여성을 자신의 영역을 위협하는 존재로 본 괴짜였다.
생전에 상업적인 음반 녹음을 기피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지휘자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1912~96)가 82년부터 95년까지 공연실황으로 남긴 브루크너 음반이 나왔다. 지난해 7월 10장짜리 세트로 발매된 '첼리비다케 에디션' 의 제2탄이다.
철학적이고도 신비스런 음악세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첼리비다케는 브루크너를 닮았다. 그래서 그의 브루크너 연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음악의 경지에 닿아 있다.
그래서 그의 실황녹음을 복제한 불법 테이프와 CD가 불티나게 팔렸지만, 이 음반은 첼리비다케 유족이 공식적으로 발매하는 최초의 브루크너 전집이다.
첼리비다케 특유의 느리고 유장 (悠長) 한 템포에도 불구하고 시종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확신에 찬 해석,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통솔력이 돋보인다.
작곡자 스스로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는 '테데움' 을 비롯, 교향곡 제3~9번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