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된 인천 노틀담수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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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천광역시 계산2동의 노틀담수녀회를 들어서는 순간 지난 봄 어느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하철 계단에서 수녀 몇명이 걸인 앞을 그냥 지나치던 모습이었다.

이 수녀회의 원장인 안드레아 수녀가 궁금증을 풀어줬다.

"지금 저희들 몸에 돈은 한푼도 없어요. 외출할 때도 필요한 차비 정도만 얻어갑니다. 길가다가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다음에는 좀 여유돈을 가져와야겠다' 는 생각을 품어보지만 돈을 챙기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매번 빈손이었어요. "

혼자이고 가난하면서도, 그리고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살면서도 너무도 행복해하는 수녀들. 그들의 삶의 자세는 물질적 행복을 쫓다가 그만 주저앉고 만 우리들에게 큰 메시지를 던진다.

평신도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수녀들의 생활은 청빈의 절정이다.

수녀복은 정복이자 사복이다.

외출할 때도 그렇고 수녀회 안에서도 그것 한가지 뿐이다.

등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색깔로 하복과 동복을 구분할 뿐이다.

수녀회는 한국 천주교 교구가 아니라 로마교황청 직속이다.

그렇다고 교황청에서 예산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남자 수도원처럼 후원회의 활동이 적극적이지도 않다.

순전히 수녀들의 노동으로 꾸려진다.

그래서 노틀담수녀회는 '사도적' 인 성격이 강하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사랑을 실천하고 약간의 수고비를 얻는 것이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노틀담수녀회의 하루 일정은 수도.공부.작업으로 꽉 짜여 있다.

오후 8시30분에 수녀들이 함께 얼굴을 맞대는 오락시간에는 카드놀이도 즐긴다.

어쩌다가 낮시간에 틈이 날때는 건강을 위해 잔디에서 공을 차기도 한다. 수녀회에 들어와서 3년 정도의 수련기에는 주로 공부와 공동체생활에 필요한 집안 일을 익힌다.

이 때는 수녀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

재봉.세탁 등 각자 업무가 나뉘어져 있으며 그 업무는 철저히 '인사이동' 으로 바뀐다.

한 곳에서 소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떠날 채비를 갖추고 산다.

수녀회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영세를 받은지 3년이 넘었고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면 된다.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이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는 대학졸업자들이다.

수녀회 생활이 엄격해서 입소자중 종신서원까지 가는 수녀는 50% 정도로 보면 된다.

67년 서울 계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던 노틀담수녀회는 현재 전국에 분원 26개를 두고 있다.

본원의 수녀는 40여명이고 26개 분원을 모두 합하면 1백50여명. 지난 83년에 본원을 인천 계양구로 옮긴 뒤 계동건물은 서울분원으로 바뀌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르트르 성 바오로수녀회.예수성심시녀회 등 90여곳에서 8천여명의 수녀들이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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