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공방 수그러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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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체성 문제 등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4일 양당에선 자성론이 나왔다. 양측의 치고받기가 정쟁으로 비침에 따라 내부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당에 나오지 않고 지난 1주일 동안 지역주민들과 대화를 해봤더니 많은 사람이 정부와 여당을 욕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정체성이 뭔지, 아이덴티티가 뭔지 관심이 없는 만큼 말싸움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줄기차게 공격해온 당직자들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김 위원은 "당은 국민이 뭘 원하는지, 가려운 곳이 어딘지를 잘 가려내야 한다"며 민생을 챙길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여당과의 싸움이 지속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김학송 사무부총장은 "정치권에서는 매일 과거사와 정체성 문제로 시끄러운데 국민은 관심 없다"고 경고했다. 일부 의원 사이에선 "박 대표가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해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도 이 문제를 극단적으로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소장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밝혔다. 다만 측근들은 "개인적으론 다소 상처를 입더라도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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