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세상] 선글라스에 비친 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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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하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경비병이 쓰고 있는 선글라스다. 한번쯤은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왜 JSA경비병은 선글라스를 쓰는 것일까. 맥아더 장군의 선글라스와 파이프 담배가 주는 멋스러움에 대한 동경만은 아닐 것이다. 폼 잡기 위해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상식적인 추론은 가능하다. 위압감을 줌과 동시에 감시의 눈초리를 숨길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북한 경비병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 걸까? 북한군도 나름대로 남쪽의 동태를 감시하는 것은 분명할 텐데 말이다.

여기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방어적이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눈동자를 열심히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핸드슨 소령 폭행사건, 8.18 도끼 만행사건을 비롯해 우리에게는 판문점의 아픈 기억이 있다.

일견 이해는 간다. 그러나 속 좁은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불만스럽다. 검은 선글라스 안에 눈동자를 숨길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맨눈으로 북을 감시하는 우리 군의 모습을 보고 싶다. 4일 판문점 경비병의 선글라스에 비치는 분단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판문점=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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