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주는 참수의 대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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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보름 넘게 불법파업 중인 LG정유 노조원들이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숨진 고 김선일씨의 참수 장면을 흉내내 LG정유 회장을 처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자기 회사 최고경영자를 '처형 대상'으로 삼고, 이 사진을 노조 홈페이지에 올려 인터넷을 통해 유포했다. 아무리 패러디라지만 너무 심하다. LG정유 노조원들에게 경영자는 적이고, 김선일씨는 처형 대상이란 말인가. 이들의 일탈 행위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들은 또 파업 중인 조선대에서 슬리퍼 신고 윗옷 벗은 채 돌아다니고, 밤에는 술을 마시다가 학생들로부터 "휴양지에 놀러왔느냐. 당장 나가달라"는 항의까지 받았다. 자신들의 불법 파업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 산업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그들은 파업을 마치 '휴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인가. LG정유 근로자들은 그 전에도 불법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선배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고, 동료의 집 앞에 '배신자'란 비방 글을 써붙이는 등 상식 이하의 짓을 저질렀다.

LG정유 근로자의 처우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6920만원에 달한다. 여기다 대학까지의 자녀 학비 지원, 특실 병실비를 포함한 의료비 전액 지원, 무료 골프연습장과 옥외수영장이 구비된 사택 등…. 국내 대다수 근로자 입장에서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환상적인 조건이다.

이런 '귀족 노조'가 임금인상을 목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장 가동까지 중단하면서 불법 파업을 벌인 것은 말이 안 된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 정규화와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의 다른 조건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지역발전기금은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니다. LG정유 근로자들은 즉각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회사 측은 불법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이와 같은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일탈 행위에 엄격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 노사 관계에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