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수기 최우수상' 받은 조서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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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처음엔 뜨개질이 서툴러 한달수입이 남편 월급의 10분의 1인 5천4백원에 불과했어요.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견뎠지요. "

27일 오전 제35회 '저축의 날' 기념식이 열린 대전시민회관대강당. 대전시장으로부터 '저축수기 최우수상' 을 받은 조서응 (曺瑞應.42.여.대전서구삼천동) 씨가 '결실' 이라는 제목의 수기 낭독을 끝내자 7백여 청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曺씨는 지난 78년 제지회사에 다니던 박덕근 (朴德根.46) 직원과 결혼, 경기도 의정부시의 7천5백원짜리 사글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 월급 7만원중 절반을 꼬박꼬박 저축했지만 시댁살림이 워낙 어려웠던 탓에 구슬꿰기와 뜨개질 등 부업을 시작했다.

밥하고 빨래하는 시간을 빼곤 뜨개질 바늘을 손에서 놓지 않던 曺씨는 "옆에서 놀게 하던 아들이 마루에서 마당으로 굴러떨어져 생명이 위태로왔을 때 가난이 너무 야속했다" 며 어려웠던 시절을 돌이켰다.

구두쇠 작전 덕분일까. 결혼 2년만에 50만원짜리 전세방을, 9년만에 19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한 曺씨는 이제 남편과 1남1녀와 함께 어엿한 36평형 아파트의 주인이 됐다.

20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계부를 써온 曺씨는 형편이 나아진 지금도 출장전문요리사로 활동하며 매주 한번씩 시각장애 할머니들을 찾아가 밑반찬을 만들어주고 말벗이 돼주는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저금통장이 열세개나 된다는 曺씨는 "친정어머니가 혼수품 대신 물려주신 절약정신이 저축생활의 밑거름이 됐다" 고 말했다.

대전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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