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은 4인4색 자연 감상하러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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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현정·현경·혜진·혜영씨.


네 자매가 모두 미술을 전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더구나 네 명 모두가 같은 장르인 회화를 선택해 화가가 된 경우는 더욱 드물다.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네 자매 공동전인 ‘콰트로 2009’전을 열고 있는 김혜영(40)·혜진(38)·현경(36)·현정(32)씨 이야기다. 콰트로는 4를 뜻하는 라틴어 계통의 말이다.

맏이인 혜영씨는 정이 많고, 둘째인 혜진씨는 이성적인 스타일이며, 셋째 현경씨는 감성이 풍부한 편이고, 막내 현정씨는 분석적이다. 성격 차이는 작품 세계에서도 묻어 나온다. 좋아하는 소재나 작품에서 배어나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래도 전체를 관통하는 끈끈한 건 하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매가 의논해 이번 전시회는 테마를 자연으로 정했다.

네 자매 가운데 중앙대 미대와 대학원 출신의 첫째를 제외한 셋이 프랑스 파리에 유학을 했다. 셋은 모두 프랑스 명문 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를 마쳤으며, 둘째와 셋째는 파리 8대학, 막내는 파리1대학에서 각각 미술 관련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다.

91년 1월 둘째가 고2였던 셋째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몇 년뒤 한국에서 고교를 마친 막내가 합류했다. 이 때문에 가족이 전부 모인 건 이번이 18년 만에 처음이다. 맏이 혜영씨는 “가족이 다 나오는 사진도 없다”라고 밝혔다.

세 자매가 프랑스를 택한 것은 학비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학 생활에 대해 둘째 혜진씨는 “작가의 고뇌가 녹아있으면 형식과 주제를 제한하거나 장려하지 않는 프랑스식 미술교육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셋째 현경씨는 “네 자매가 모두 화가로 성장한 것은 딸들에게 여유를 가르친 아버지와 강하게 키운 엄마의 노력이 반반씩 작용했다”고 말했다.

공기업 임원 출신의 아버지 김종철(73)씨는 “건강이 최고이니 쉬어가면서 해라”라고 딸들을 염려한 반면, 간호사 출신의 어머니 손기자(69)씨는 “원하는 학원은 다 보내 줄 테니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키워라. 다만, 쓰러지더라도 공부하다가 쓰러져라”며 딸들을 격려했다는 것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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