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아직도 昇官發財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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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직자 비리가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해방후 역대정권의 가장 큰 과제였으며 아마도 우리의 역사를 통해서도 가장 큰 해결과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공직자 비리를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 문제가 현재의 경제적 곤란과 관련돼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에 우리가 외환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된 원인 중 하나가 공직자 비리라는 얘기다.

즉 공직자들의 광범한 비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결국은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원가 상승의 원인이 됐고 그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무역적자를 심화시킴으로써 외환부족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의 당부 (當否) 는 논외로 하더라도 공직자의 비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국가의 문제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다른 정권에서도 공직자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왔다.

공직자 비리를 특정범죄로 취급해 가중처벌하는 채찍의 방법에서부터 공직자의 처우개선이라는 당근의 방법, 정신훈화 차원의 의식개혁방법 등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총동원됐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승관발재 (昇官發財) 라고하여 관리가 되는 것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았었다.

관리가 돼 조세를 청부받아 차액을 가로채는 것이 최고의 돈벌이 수단이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과거에 도전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관리들은 백성의 부모이기는 커녕 호랑이와 이리였던 것이다.

소중화 (小中華) 를 자처하던 옛날 우리나라의 관리들이 그와 같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공직자 비리개선책은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공직자들에게 승관발재 잠재의식이 있는 한 아무리 강력한 그물을 쳐놓아도 비리라는 물고기는 빠져나갈 길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비리개선은 공직자가 비리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비리의 온상을 제거하는데 두어야 할 것이다.

즉 비리라는 물고기가 놀 수 없도록 물을 소진 (消盡)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비리는 규제와 신분보장이라는 물속에서 뛰어 노는 물고기로 비유할 수 있다.

규제의 참된 의미는 국민들을 올바르게 인도.안내하는데 있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지 규제의 지팡이가 공직자에게 주어졌을 때 국민들은 비리라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물론 규제로 인해 국민들이 제대로 갈 길을 인도.안내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 인한 비리라는 대가가 인도.안내의 대가보다도 너무 커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인도.안내가 없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비리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사실 규제의 많은 부분은 인.허가의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인.허가는 국민들의 사적 생활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사적 자치 원칙상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비리의 또 하나의 온상은 공직자의 신분보장이다.

공직자들은 신분보장의 그늘속에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세월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신분보장이 공직생활을 안정시켜 유능하고 선량한 공직자로 하여금 안심하고 공직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무능한 공무원의 안식처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직자의 신분보장 제도를 과감히 혁신해 법관과 같이 임기직으로 하거나 (법관은 10년의 임기직) , 계약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 비리와 함께 검토해야 할 것으로서는 기업의 비리문제다.

오늘날 대기업의 규모는 그 구성 인원이나 재정규모면에서 정부에 필적한다.

그러므로 그 비리로 인한 재정부담은 공직자 비리에 못지 않으며 그보다 더 크고 광범위할 수도 있다.만약 비리가 지난해 IMF의 원인의 하나였다면 그 비리는 공직자 비리보다는 기업비리 편이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업 내부의 비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비리 등에 대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효과적인 대처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는 국가는 기업 감시체제를 구축해 기업비리를 상시로 감시.적발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기업의 비리까지 방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공직자의 비리는 물론 기업의 비리가 척결될 때 우리의 국가경쟁력도 되살아나 하루라도 빨리 현재의 경제위란을 벗어날 것이다.

강현중(국민대교수.부정방지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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