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무안군현경면동산리에서 돼지 1천3백여마리를 기르는 채사남 (蔡四男.52) 씨는 날마다 10마리씩 팔아 목돈을 손에 쥔다.
그러나 신이 나기는 커녕 한숨만 나온다.
1백50만원 안팎에서 사료값.약품비.인건비와 축사 (7백여평) 의 감가상각비 등을 빼면 오히려 50만원 가량 손해이기 때문이다.
자구책으로 새끼를 내는 모돈 (母豚) 1백35마리 중 15마리를 없애는 등 사육 두수를 줄여 나가고 있으나 2억여원의 정부융자와 사채를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다.
폭락했던 소값이 안정을 되찾았으나 이젠 돼지가 소비 감소와 사육 두수 증가로 값이 뚝 떨어져 양돈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남도는 최근 돼지 출하가격 (1백㎏기준) 이 평균 15만4천원으로 올들어 최고였던 지난 3월의 22만2천원에 비교, 30.6%가 떨어졌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일 광주 삼호축산과 나주 축협공판장의 입찰에서 형성된 가격은 14만2천원에 지나지 않는 등 돼지 값이 본전조차 건지지 못할 만큼 내려간 것이다.
축협중앙회에 따르면 새끼돼지를 5개월 정도 길러 출하할 때까지 드는 사료값 등 순수 생산원가는 약 18만원. 농가들로서는 적정이윤 2만원을 포함해 20만원은 받아야 수지가 맞는다.
돼지값 폭락 원인은 지난 2년간 대만에서 돼지 전염병인 구제역이 돌아 일본 수출을 못하면서 국내 사육두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현재 사육두수는 7백70여만마리로 1년 전보다 70여만 마리가 늘고 적정 6백만마리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IMF사태후 가계가 어려워져 육류소비가 줄고, 더욱이 쇠고기 값 마저 싸져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덜 먹고 있는 것도 돼지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광주전남협의회 최희태 (崔熙兌.50) 회장은 "돼지값이 연말께는 11만원대로 떨어져 도산하는 농가들이 많이 나오고 내년 3월부터나 값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 이라고 전망했다.
또 축협중앙회 서익호 (徐翼虎.40) 경제사업과장은 "사육두수가 이미 지난해부터 적정수준을 초과한 데다 소비위축까지 겹쳐 돼지파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며 "농가들에게 사육두수를 대폭 감축토록 지도하고 있고 수매할 계획은 아직 없다" 고 밝혔다.
광주 = 이해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