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3가지 ‘나쁜 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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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남자가 한 손에 망치를 쥐고 높이 치켜든다. 그리고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내려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품 개그지만 잉글랜드 킬 대학의 심리학자 리처드 스티븐스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선대와 후대의 무수한 남녀가 그랬듯이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큰 소리로 오랫동안 기분이 풀릴 때까지. 그랬더니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욕설에 어떤 불가사의한 힘이 있지 않은가 궁금증이 생겼다. 아기를 분만하는 기적 같은 순간에 만취한 해병처럼 욕설을 쏟아내는 아내를 보며 그런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조사해봤더니 욕설을 내뱉으면 정말로 고통을 더 잘 견뎌낼지 모른다는 증거가 나왔다.

7월 뉴로리포트지에 발표한 한 연구에서 그의 연구팀은 그 가설을 실험했다. 피험자에게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한 손을 담그고 최대한 오래(또는 최대 10분 동안) 참으면서 욕설을 하거나 테이블을 묘사하는 중립적인 단어를 반복해 말하도록 했다. 욕설과 중립적인 단어를 말할 때의 피험자의 음량과 속도는 비슷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그 뒤 욕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비교해서 피험자가 물속에 손을 담근 채 버티는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봤다. 욕을 한 사람들이 버틴 시간은 평균 40초였던 반면 욕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30초 정도에 불과했다. 몇 가지 적절한 ‘단어폭탄’을 잘 선택하면 실제로 고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다.

이런 관측의 생물학적 근거는 아직 불충분하지만 과학자들은 욕설에 감정이 담겨서 공격성을 키우고 통증 내성의 강화와 관련이 있는 공격-도피반응(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자율신경계의 움직임)을 유발하지 않는가 추측한다. “고통스러울 때 욕설로 반응해야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고 스티븐스는 말했다.

알고 보니 보완효과가 있는 ‘나쁜’ 행동은 욕설뿐만이 아니다. 그 밖에 실제로는 유익한데도 부당하게 손가락질 받는 세 가지 행동사례를 찾아냈다.

비디오 게임 하기

비디오 게임이 계속 비판받는다. 게임을 하면 성적 저하, 공격적 또는 난폭한 행동, 그리고 아동비만 같은 갖가지 유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수두룩하다. 여전히 비디오 게임이 우리 곁에 있는데도 말이다. 비디오 게임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 바로 그 요인(대체로 아주 몰두한다는 사실)에 치료를 돕고 운동기능을 향상하는 효과도 있다고 잉글랜드 노팅엄 트렌트 대학 도박학과(정말이다!)의 게임 전문가 마크 그리피스 교수가 말했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을 하면 건선이나 화학요법의 고통스러운 부작용 같은 각종 통증에 집중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려 진통제를 덜 쓰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 외과학회지(Archives of Surgery)를 보면 또 다른 혜택도 있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작은 절개구멍에 내시경을 넣어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

내시경을 이용하려면 손과 눈의 협응(協應)능력 같은 미세 운동기능이 필요하다. 매주 3시간 이상 비디오 게임을 한 경력이 있는 외과의들은 수술훈련 기간 동안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 비디오 게임을 전혀 하지 않은 의사들보다 실수가 37% 적었고 27% 더 빨리 과업을 완수했다.

게임에 너무 빠지면 중독되기도 한다는데 얼마나 해야 도가 넘을까? 그리피스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단지 많이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비디오 게임을 너무 많이 즐긴 두 성인의 사례조사를 예로 들었다. 그중 한 명은 여자친구나 직장 등 다른 할 일이 생기자 게임 습관을 버렸다.

반면 다른 한 명은 게임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결혼생활도 파탄에 이르러 말 그대로 패가망신했다.“건강한 열정과 중독 간의 진짜 차이는 열정이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반면 중독은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이라고 그리피스는 말했다.

쑥덕공론하기

뒷담화도 도를 넘으면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한다. 평판이 나빠지고 비밀이 폭로되고 인간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우리는 등 뒤에서 남을 흉본다. 안심하시라. 우리 보통사람들은 가십을 좋지 않게 보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콜로라도 대학(불더)의 심리학자 사라 R 워트에 따르면 가십의 힘은 ‘좋다’ ‘나쁘다’고 흑백논리를 적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사회적 변수이며 가십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종종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 가십은 사람들이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수단이다.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고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가십이 없다면 사람들이 많은 일을 모르고 지낸다”고 워트는 말했다. 우리는 가십을 통해 교환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근거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비교를 하고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평가한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가십이 다른 사람의 경험과 불운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인생에 플러스가 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설명이다. 가십은 사회적 유대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한 무리의 사람이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할 때 공격받기 쉽고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워트가 설명했다.

“적어도 가십이 진행될 동안, 나아가 그 뒤에도 사람들이 유대감을 느끼도록 한다.” 가십이 유익한지 또는 해로운지는 사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유대가 강화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더 나빠지기도 한다”고 워트는 말했다.

조금은 불결하게 살기

안타깝게도 이 항목은 주로 어린이들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어렸을 때 진흙을 먹고 난장판을 만들고 더럽게 하고 다녔다면 지금은 다른 동창생들보다 아마 더 건강할 것이다. 항상 하얀 옷을 입고 절대 아이스크림을 옷에 떨어뜨리지 않고 책가방에 손세정제를 넣고 다니던 그 아이보다는 분명 그렇다.

어린이는 유해하든 유익하든 몇몇 특정한 미생물에 노출시켜야 면역체계가 제대로 발달한다고 믿는 과학자가 많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 뛰어 놀면서 몸을 더럽히도록 놔둬야 옳을지 모른다.

서구문화에서 청결을 강조하는 문화(예컨대 손과 몸을 자주 씻기)가 여러모로 병의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환경 속의 유익한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으면 천식과 알레르기 같은 면역질환에 잘 걸리게 될지도 모른다. 미생물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가진 개도국에서는 변화가 없는데 선진공업국에서만 그런 질병이 증가하는 이유도 그런 청결문화가 원인일지 모른다고 미시간 대학의 연구팀이 한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미생물 환경에 몸을 노출시켜 면역체계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침입을 막으려면 여전히 위생관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런던 위생학·열대의학 대학의 샐리 블룸필드 명예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일상생활에서 더러워지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블룸필드 교수는 말한다.

IAN YARETT 기자 /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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