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안타는 벽지 개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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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존의 종이에 방염 (防炎).방음 (防音).흡음 (吸音) 성을 보강해 첨단소재로써 종이의 가치를 높혀줄 수 있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손연수 (孫蓮秀) 박사팀과 ㈜공신개발측이 국내 최초로 공동 개발하는데 성공한 방염 벽지가 대표적 예. 孫박사팀은 4년간의 연구 끝에 종이와 비닐에 방염제와 방수제를 뿌려 불에 잘 타지 않는 벽지를 개발했다.

벽지의 비닐부분과 뒷면의 종이부분을 별도로 방염처리한 후 약 2백20℃~2백50℃의 고온에서 30초~90초 동안 열경화 코팅 (표면처리) 을 거쳐 만든 것. 이 벽지에 쓰인 방염제는 벽지가 불에 타는 것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일단 불이 붙기 시작했더라도 불길을 제거하는 즉시 더 이상 타지 않는다.

孫박사측은 "외국산 방염벽지보다 내열성.방수성이 우수하며 순수 국내기술로 공급가격이 수입품 가격의 50%정도로 싸다" 고 말했다.

예부터 사용하던 한지도 탁월한 방음.흡음 효과로 현대에도 벽지로서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 정동찬 (鄭東璨) 실장은 "양잿물에 박 껍질을 삶아 즙을 짜 닥풀을 넣어 만드는 한지는 일본의 화지, 중국의 한지보다 훨씬 튼튼하다" 고 말했다.

이는 11월, 12월에 채취한 국내산 닥나무 껍질에 셀룰로오스와 리그닌 성분이 풍부하며 닥성분이 잘 산화되지 않는 중성지로 만들어 주기 때문. 한국화학연구소 펄프제지 연구센터의 한 관계자도 "한지는 방음성이 유리창 못지 않다" 며 "보온성까지 겸비했기 때문에 한지를 이용해 이런 특성을 갖춘 첨단 벽지를 개발할 것을 적극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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