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 거장 슈톡하우젠 2000년에 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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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0세기 팝음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틀스의 앨범 '페퍼 상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 (67년) .팝 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가 디자인한 이 앨범의 표지에는 비틀스가 존경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클래식 작곡가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사람은 바로 올해 칠순을 맞는 독일 작곡가 칼 하인츠 슈톡하우젠. 슈톡하우젠의 칠순을 맞아 세계 각지에서 기념 행사가 즐비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달초 런던 퀸 엘리자베스홀에서는 런던신포니에타가 그의 초기 50, 60년대 작품을 정리한 무대를 선보였고 독일의 현대음악 전문지 '신음악잡지 (NZM)' 는 7 - 8월호 커버 스토리로 슈톡하우젠의 음악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슈톡하우젠은 오는 2000년 독일 본에서 초연될 음악극 '빛의 수요일' 의 작업에 한창이다.

이 작품은 사랑과 협동.우주적 연대감 주제로 한 매머드급 오페라. 마임과 춤, 합창과 관현악.독창이 전자음향과 어우러지는 총체극이다.

슈톡하우젠이 20여년 동안 몰두해 온 7부작 음악극 '빛 (Licht)' 은 오는 2003년 '빛의 일요일' 로 마무리될 예정. '아방가르드 음악의 산실' 이었던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을 사사한 그는 53년 쾰른 서독일방송국 전자음악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음향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후 인성 (人聲) 과 신디사이저를 위한 '젊은이의 노래' (56년) '3개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그루펜' (58년) 등 일련의 문제작을 발표하면서 음렬음악.전자음악.우연성음악 등 현대음악의 사조를 최전방에서 이끌어 왔다.

슈톡하우젠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계기는 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그때까지 슈톡하우젠이 작곡한 대부분의 음악이 1백83일 동안 매일 5시간30분간 연주됐다.

공연을 위해 슈톡하우젠 자신이 설계한 구형 (球形) 음악당에서 20명의 연주자들이 릴레이식으로 연주한 것. 덕분에 1백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음악의 특징은 탄탄한 이론으로 무장된 논리와 함께 무한한 개방성을 겸비했다는 점. 유럽중심주의에서 탈피해 일본.중국.인도의 음악까지 수용한 '세계음악' 인 동시에 '우주음악' 을 지향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스케일이 크며 매우 철학적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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