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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부풀린 중국 지방 성장률 자국민 91%도 “믿을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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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의 ‘경제성장률 통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발표된 올 상반기 중국 성장률 통계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방당국 간의 수치가 너무 달라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지난달 16일 국무원 산하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은 13조9860억 위안(약 2503조원). 그러나 최근 중국 내 31개 성(省)·시(市)·자치구가 각각 공개한 상반기 총생산액을 합산한 액수는 15조3760억 위안(약 2751조원)이었다. 애초 중앙정부의 수치보다 무려 1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GDP 통계 오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장률 등의 수치를 가지고 지방정부의 실적을 평가하는 관행 탓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보고할 땐 수치를 부풀린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다. FT는 이번엔 그 정도가 유독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7.9%로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8%에 못 미치자 지방정부들이 수치를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과잉충성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지방정부의 3분의 2가 이미 상반기에 8% 이상 성장한 것으로 돼 있다.

GDP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 같은 ‘통계 조작’ 의혹이 제기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얼마 전 국가통계국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고 발표한 1분기 전기사용량 역시 논란이 됐다. 같은 기간 GDP 증가율과 공업생산액은 늘었는데 전기는 오히려 덜 썼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5월 도시근로자의 1분기 평균수입이 7399위안(132만원)이란 통계가 나왔을 때도 “현실과 다른 과장된 수치”란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 정부가 이런 문제를 모르는 건 아니다. 5월엔 관계 당국이 모여 통계 위법·위규와 관련한 좌담회를 열고 “통계 조작을 하는 관리를 엄히 다스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 통계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데릭 시저스 헤리티지재단 아시아경제정책 연구원은 지난달 “13억 인구의 경제동향을 조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보름뿐”이라며 “통계 수치가 공산당을 만족시키기 위해 조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내에서도 통계에 냉소적이다. 4일 중국 관영 영어신문인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최근 설문조사 결과 정부 공식 통계치를 믿지 않는다는 중국인이 2007년 79%에서 올해 9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엄정명 수석연구원은 “중국 통계당국이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할 때는 일부러 (성장률을) 낮추고, 주춤할 때는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축적된 결과를 보면 완전히 허무맹랑한 조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 경제가 나아가는 추세를 어느 정도 반영해 왔으므로 통계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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