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출마저 나빠지면 뭘로 버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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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한국 경제는 한 날개로 날고 있다. 내수라는 날개는 접힌 채 수출로만 버티고 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높은 5.4%로 추정되는 것도 예상보다 활황인 수출 덕분이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수출 신장세가 꺾여 남아 있는 한쪽 날개의 움직임마저 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5.6%에서 5%로 낮춘 것도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의 활황세가 하반기에 꺾이면서 수출이 상반기처럼 급신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런 가운데 어제 한은이 발표한 '7월 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수출기업의 체감경기는 이미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수출기업의 업황 BSI가 74로 전달의 85보다 크게 낮아졌다. BSI가 100 아래이면 경기를 좋지 않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또 하나의 악재는 유가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국제 원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보고 경제운용계획을 짰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에다 러시아의 원유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현재 유가는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다. 고유가의 부담은 물가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4.4%(1년 전 대비)로 치솟았다.

내수와 투자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물가는 오르는데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증가세가 꺾이면 총체적 경제위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도 입으로만 민생경제를 외칠 뿐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극도로 위축되고 국민 생활은 나날이 어려워지는데도 경제를 챙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