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전문점 잇단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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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백화점이 전자.식품 등 한 부문의 매장을 해당분야 전문점에 통째로 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황기를 맞아 백화점의 '문턱' 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할인점 마그넷 강변점과 월드점을 내면서 식품매장을 농협 하나로마트에 맡겼다.

한신코아백화점은 지난달 대전.광명.성남.노원점 가전매장을 종합가전 양판점인 하이마트에 내주고 매장간판도 아예 하이마트로 바꿔 달았다.

또 갤러리아 잠실점은 지난 9일부터 세진컴퓨터랜드를 3층 전체에 입점시켰다.

이러한 백화점.전문점간의 '제휴마케팅' 은 백화점이 전자.식품 등 마진이 적은 부문을 직거래로 유지하는 데 드는 재고관리.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에서 나온 것. 대신 전문점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백화점에 점포를 손쉽게 낼 수 있어 양쪽이 모두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롯데 관계자는 "직접 식품매장을 운영해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품질.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농협에 맡김으로써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더 크다" 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신코아측은 "하이마트가 들어온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오르고 재고관리 등 고정비용도 많이 줄었다" 고 밝혔다.

하이마트도 다른 곳에 독자적으로 대리점을 열려면 최소한 40억~50억원이 필요한데 그만큼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만족해 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은 주차장.매장이 넓은 데다 식품할인점.의류매장이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보니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것. 그러나 이질적인 업태끼리 공동마케팅을 한다는 게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은 고객을 끌기 위해 식품매장에서 손해를 보는 일도 감수해야 하는데 농협측은 여기에 대한 배려가 없다" 며 "주변의 다른 백화점이 식품가격을 내려도 당장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하이마트측은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할인점이나 양판점에서 사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며 "백화점에 매장을 열어 처음에는 재미를 봤지만 계속 다른 백화점에도 진출할지는 좀더 검토해보겠다" 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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