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19. 단거리 부정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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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육상 100m 스타팅 블록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의 긴장된 모습.

육상 남자 100m 세계기록은 미국의 팀 몽고메리가 2002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결승에서 세운 9초78이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몽고메리는 총성이 울리고 스타팅 블록을 차고 나가는 데까지 걸린 '출발반응시간'이 역대 가장 빠른 0.104초였기에 세계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다. 종전기록은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리스 그린(미국)이 세운 9초79였다. 이때 그린의 출발반응시간은 0.129초였다. 만일 그린이 몽고메리만큼 출발반응시간이 빨랐다면 지금도 세계기록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단거리 경기는 스타트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선수들은 출발반응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부정출발' 징계가 강화되면서 마냥 줄일 수 없게 됐다.

부정출발은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에 손이나 발이 스타팅 블록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육상연맹(IAAF)은 출발 총성이 울리고 난 뒤 0.1초 이내에 스타팅 블록에서 발을 떼는 것 역시 부정출발로 간주한다. 인간의 반응시간이 아무리 빨라도 0.1초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스타팅 블록에 설치한 전자 반응감지기가 이를 적발해 낸다. 즉 출발신호를 예상하고 스타트를 끊는 경우를 막는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부정출발에 대한 징계는 너그러웠다. 1인당 한차례씩은 경고에 그쳤고, 두번째 부정출발할 경우에만 실격시켰다. 그러나 IAAF는 2003년부터 규정을 바꿨다. 첫번째 부정출발을 범한 선수에게만 경고조치한 뒤 이후에는 어떤 선수라도 부정출발을 하면 '무조건 실격'이라는 칼날 같은 징계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우승자인 킴 콜린스(세인트키츠 앤드 네비스)는 10초07이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부정출발에 걸리지 않으려고 선수들이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지 못한 탓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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