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통합하는 4개 업종 외자유치 본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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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대 그룹의 사업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반도체.석유화학.항공기.철도차량 등 4개 업종 관련업체들이 본격적인 외자유치에 나섰다.

부채비율이 높은 이들 업종은 새로 탄생하는 단일법인의 외자유치 실적에 따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개 업종의 단일법인 참여업체들은 원활한 외자유치를 위해 필요할 경우 대주주 지분은 물론 경영권까지 외국기업에 내준다는 방침이다.

현재 외자유치에 가장 앞서가는 업종은 석유화학. 대산단지에 있는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은 이달초 일본 미쓰이 상사와 외자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이미 교환했다.

현대.삼성은 통합때 7백15%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자구노력과 외자유치를 통해 3백% 이내로 줄인다는 방침 아래 미쓰이와 협상을 벌여왔다.

삼성 관계자는 "대산유화단지에 대한 실사작업이 마무리된 후 투자 규모를

확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약 20억달러 가량을 유치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할 반도체부문도 15억~20억달러 정도의 외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손병두 (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은 "양사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후 7대3으로 지분을 나누게 되지만 전체 지분의 50%를 외자로 유치할 방침이어서 궁극적인 지분비율은 5 (외자) 대 3.5대 1.5가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부문 단일법인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둘만한 외국기업으로는 IBM.컴팩.휴렛팩커드.인텔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특히 인텔은 LG와 10억~12억달러 투자를 협의하다가 보류한 바 있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이 단일법인을 세우는 항공기의 경우 미국 보잉.록히드와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엘 등이 지분참여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대주주 지분이나 경영참여보다는 아시아 거점확보 차원에서 지분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오는 26일 1백55개 국내외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서울 에어쇼를 전후해 외자유치 협상이 진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이 통합하는 철도차량은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이 관심을 보여 추호석 (秋浩錫) 대우중공업사장이 최근 양사 관계자와 접촉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정공이 단일법인에서 탈퇴, 당초의 일원화체제가 깨지고 이원화체제로 귀결되는 바람에 외자유치 조건이 불리해진 상태다.

한편 이같은 외자유치 노력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말까지 이들 업종의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낮춰야하는 만큼 외자유치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으나 경영권의 향방조차 뚜렷하지 않은 기업에 외국인이 얼마나 투자할지 걱정" 이라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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