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정위가 '신문 장악' 위한 도구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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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열린우리당 의원실에 '언론 손보기'와 관련된 특별한 문건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문건에는 공정위의 신문사 직권조사 결과뿐 아니라 (신문) 시장개편 방향, 심지어 특정 신문의 논조 분석까지 담겨 있다.

공정위 측은 "공식문건이 아니며 사무관이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내용이 방대하고 정교할 뿐 아니라 곳곳에 정치적 분석과 의견을 담고 있어 조직적 지시 없이 이뤄진 개인 작업으로 보기 어렵다. 공정위는 무슨 이유로 이런 문건을 여당 언론특위 간사에게 보냈는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우선 공정위는 왜 본연의 업무도 아닌 신문 논조를 분석, 이를 여당에 전했는지 그 배경을 밝혀야 한다. 공정위는 또 문건에서 무료신문 및 경품 축소계획과 함께, 이 경우 어떤 신문사가 살아남을지 이름까지 적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는 "9월보다 11월이 낫다"고까지 건의를 하고, 소유지분 제한.점유율 제한 등에 대해 외국 사례까지 취합했다.특히 그 사례라는 것조차 사실과는 다르니 이런 잘못된 엉뚱한 자료를 무엇을 위해 보냈는가. 이는 오는 정기국회에서 언론개혁 관련법을 처리하려는 열린우리당을 위해 손발이 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 정부는 소위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신문들을 옭아매려 하고 있다. 그 수순은 이번 공정위 문건에 포함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본연의 업무는 뒷전에 미루고 언론 손보기에 앞장설 셈인가.

시장경제 확립의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공정위가 이런 그릇된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이런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공정위는 그 기관의 설립 목적대로 중립성 확보를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DJ 정권 때도 신문 탄압에 앞장서 신문고시를 부활하고 언론사에 240억여원의 과징금을 매겼다가 정권 말기 자진 취소한 바 있다. 이런 전철을 또 밟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