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가 상승이 달갑지만 않은 까닭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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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26면

7월 중순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힘은 무엇일까?
기업 실적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에서 시작된 ‘어닝 서프라이즈’가 국내외 많은 기업에서 재현되면서 주가가 펀더멘털보다 빨리 오르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불식해 주었다.

이종우의 Market Watch

또 다른 힘은 저금리다.
정책 당국이 ‘출구전략’ 구사를 거부함으로써 올해 내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없어졌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을 제어하는 도구인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고정돼 버린 것이다.

금리가 주식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된 배경은 선진국 금리 수준을 보면 알 수 있
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가 0%, 영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각각 0.5%와 1.0%다. 세계 경제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정책 금리가 1%를 넘지 않고 있다. 역사상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서 낮은 금리가 적용됐던 전례가 없었다.

실적과 금리 중 어느 쪽의 힘이 크냐에 따라 향후 주가가 달라진다.
실적의 힘이 강하다면 시장의 탄력이 점차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후 3분기 실적이 호전되리란 기대가 작용할 수 있지만, 이는 실제 확인 과정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7월만큼 주식시장에 힘이 될 수는 없다.

반면 금리의 역할이 크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 낮은 금리로 인해 투자자들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한 공격적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특히 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가 15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지난해 팔았던 주식을 채워 넣는 것 외에 투자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낮은 이유도 있다.

올해 중 저금리가 수정될 가능성이 사라짐에 따라 유동성에 기댄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처음에는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를 우려하지만, 막상 자산 가격 상승이 시작되면 낮은 차입 비용에 따라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유
입되면서 버블이 만들어지는 상황이 펼쳐진다.

전 세계 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그 얘기는 저금리 영향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전례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낮은 금리에 따른 주가 상승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주가 상승이 끝나면 버블 붕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버블이 생기고 터지는 상황, 이것은 금리를 지나치게 낮춰 놓으면 한번은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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