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외국인 간판선수 감독마다 평가절하 급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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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프로농구 감독들에게 소속팀 외국인 선수에 대해 물으면 대답이 뻔하다.

하나같이 지난해만 못하다거나 좋기는 한데 결점이 많다는 식이다.

비교적 우수한 선수로 꼽히는 삼성의 버넬 싱글톤에 대해 김동광 감독은 "체력이…" 라며 말끝을 흐린다.

토니 러틀랜드 (SK)에 대해 안준호 감독은 "한국농구에 적응하려면 멀었다" 고 돌려 말한다.

"그레그 콜버트 (동양) 의 기량이 뛰어나 보인다" 라는 주위의 평가에 박광호 감독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며 발을 뺀다. "제법 쓸 만하다" 는 감독은 재키 존스를 뽑은 현대의 신선우 감독 정도다.

이처럼 감독들이 겸양 (?) 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인 선수를 잘 선발했다" 는 말만 듣고 좋아하다가 정작 성적이 나쁘면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거느리고도 왜 이렇게 성적이 부진하냐" 는 질책이 두려운 것이다.

삼성을 보면 감독들의 몸사리기가 이해된다.

삼성은 원년에 빈스 킹을 잘 뽑은 것처럼 자랑했다가 꼴찌로 처지자 감독이 갈렸다.

지난 시즌에도 "존 스트릭랜드는 틀림없다" 고 믿었지만 결국 9위에 그쳤다.

선수 좋다고 자랑하다가 낭패보지 않으려면 신중한 게 최고라는 얘기다.

잘되면 좋고 성적이 나쁘면 "내가 뭐라고 했느냐" 며 몸을 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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