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열린 광화문광장에 시민의식의 꽃 피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광화문광장이 1년3개월간의 공사 끝에 오늘 개장한다. 조선시대부터 600여 년간 나라의 중추적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광화문광장은 인근 서울광장·청계광장을 뛰어넘는 의미를 갖는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분수, 해치마당, 역사물길, 그리고 10월 한글날에 제막될 세종대왕상 등으로 꾸민 전체적인 모양새도 상당히 품을 들인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차량 홍수에 뒤덮였던 거리가 시민의 품에 돌아왔다는 게 반갑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이 진정한 국민의 광장으로 제 몫을 하려면 하드웨어 투자만으로는 안 된다.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국내외에 자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상징 광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서울시는 광장 시설에 대해 “시민 편의 배려와 접근성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설은 장애인·노약자도 다닐 수 있는 ‘무장애 공간’으로 설계했다. 편리성과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이용자들은 그에 걸맞은 높은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행여라도 밤마다 음주·고성방가로 분위기가 질펀해지고 아침마다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는다면 나라의 대표 광장이라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꼴이 될 것이다.

광화문광장이 행사·집회에 활용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서울광장에서와 같은 불법·폭력 시위는 처음부터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특히 광화문광장은 수용 가능 인원이 7만 명이나 되는 데다 주변에 정부 중앙청사·주한 미국대사관·외교통상부 등이 있어 시위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옆에는 공연·연주회가 상시로 열리는 세종문화회관도 있다. 개장을 앞두고 서울시가 확정한 관련 조례는 광화문광장 사용을 허가할 때 ‘공공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용을 허가한 뒤에도 ‘공익과 시민의 안전 확보 및 질서 유지’를 위해 허가사항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등 서울광장 조례보다는 한층 엄격한 내용이다. 지난 5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폭력시위로 난장판이 된 서울광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한다. 앞으로 광화문광장이 잘 운영되고 못 되고는 전적으로 우리의 시민의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