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북 포용과 강력국방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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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8년 국방백서를 보면서 한국의 국방은 정책의 투명성 증진, 정책 대강의 공개를 통해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의 국방은 인민 경제를 더욱 희생시키면서 한국을 무력으로 통일하기 위한 군사력을 비밀리에 최대한 증대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뚜렷한 대조를 발견할 수 있다.

올해 국방백서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은 네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한국 정부의 대북한 포용정책 천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사위협은 감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98년 6월 잠수정 침투사건과 8월 대포동미사일 운반체를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시도에서 구체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한햇동안 90만 예비전력의 증설, 8백문에 달하는 야포의 증강 전진배치, 미사일 여단을 포함한 14개 여단급 부대의 증설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이제는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지역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종래 한반도에 국한된 북한의 군사전략이 이 지역으로 그 범위가 확대됨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둘째,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대응태세와 전략을 분명히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래 한국은 북한의 전쟁위협을 억제하고 피침시 이를 격퇴한다는 전략을 고수해 왔으나 올해에는 '북한이 국지도발을 할 경우 이를 조기에 격멸함과 아울러 이에 상응한 응징보복을 가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하고 북한이 전면남침할 때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력과 주변국과의 협조아래 이를 격퇴해 통일을 달성한다' 고 돼 있다.

이는 북한이 한국의 대북한 포용정책 구사에도 불구하고 만약 무력을 사용, 침략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통일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와 함께 평화실천의지를 천명한 것이 된다.

그래서 유사시 미군의 증원규모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북한이 실전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를 즉각 파괴하는 계획도 수립할 예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국방목표와 군사전략간의 연계성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증가하는 위협과 요구되는 대응능력 사이의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방재원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최근의 국가적 경제난을 감안해 국방부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군대건설에 전념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군 50년 이래 처음으로 민.군 합동 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켰고 '21세기에 대비한 국방개혁' 이란 제목으로 국방백서의 독립된 장을 할애해 구체적인 개혁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남북한 군사대결이 첨예한 현실 속에서도 국방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을 투명화하고 공개해 국민의 공감을 구하고 탈냉전시대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보인다는 점이다.

민주주의가 공산독재보다 나은 것은 언론과 국민이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견실한 판단에 근거한 안보참여와 지지, 국방효율성 제고에 대한 요구를 하게 될 때 총합안보를 이뤄 공산독재를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첨예한 군사대립이 엄존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어디까지 우리의 정책을 공개할 것이냐에 대한 신중한 판단 또한 중요하다.

이렇게 우리의 국방백서가 진일보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당해연도 북한의 변화된 위협을 따라잡는 식의 정책개발.예산배정의 형식을 담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변화된 위협이 갖는 전략적 의미를 잘 분석하고 총체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능력의 연구.개발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그에 필요한 예산조달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향후 3~5년간의 계획을 알려주면서 공감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미래 전략과 그에 필요한 재원조달을 향후 5년간 정도 보여주고 의회와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있으며, 우리도 국방5개년계획이 있는 만큼 그것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더욱이 건군 50주년을 맞는 오늘 아침, 69만 인력과 연간 예산 1백4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조직체로 발전한 우리 군이 북한의 중단없는 대량파괴무기 개발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있는 조직체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과 무기체계, 그리고 중장기적 비전을 국방백서에 담아낼 수 있다면 앞으로 50년 동안은 앞서 나가는 선진국방의 책무를 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용섭(국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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