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학교 교실 모자라 컨테이너서 '찜통수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통풍도 제대로 안되고 사방이 컴컴한 곳에서 무슨 공부가 되겠어요 - ." 28일 오전 11시30분쯤 인천시서구검단동 검단초등학교 4학년1반 교실. 50여명의 학생중 절반 이상이 위 겉옷을 벗은 채 수업을 받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연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교실을 지나다닐 때마다 '철거덩, 철거덩' 했고 철제문을 여닫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분위기도 산만하기 그지없다.

선생님들은 선생님대로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인근 백석동 백석초등학교 3학년2반 교실. 20평 남짓한 크기의 컨테이너 2개 (가로.세로 약 13m) 를 붙여 만든 임시교실에 조그마한 창문 3개가 있지만 불꺼진 지하방처럼 어둡기만 하다.

교실 안은 한여름처럼 후텁지근한데도 통풍이 거의 되지않고 있다.

일부 학생들의 손수건은 이미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땀을 닦은 탓인지 흠뻑 젖어 있다.

이 학교 李미라 (10.3년) 양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아침시간에도 교실에 들어오면 마치 목욕탕에 들어온 것처럼 덥고 어둡기까지 해 공부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고 불평했다.

이처럼 교실이 없어 지난해부터 컨테이너 안에서 수업을 하는 초등학교는 인천에서 이들 학교 외에 간석북.병방.산곡북.갈산.부평등 7개 초등학교 55개 학급에 2천5백명이 넘는다.

이는 인천지역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전.입학생 수가 급증했는데도 학교나 교실은 확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부모 姜영애 (38.서구검단동) 씨는 "올 여름 찜통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일부 저학년 학생들은 탈진증세까지 보였다" 며 "어린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길래 이런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 목청을 높였다.

교사 尹모 (42.여) 씨도 "겨울에는 학생들이 바깥보다 더 추운 교실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은 "예상과는 달리 학생 수가 2배 이상 늘어났으나 예산확보가 제때 안돼 어쩔 수 없이 임시방편으로 컨테이너 교실 수업을 하고 있다" 며 "내년 말까지 학교와 교실 등을 확충해 컨테이너 수업을 없애겠다" 고 밝혔다.

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