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관광안내지도·책자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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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관광안내지도.관광정보 책자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외국인들이 달라고 할 때는 정말 난감해요. "

23일 대구시수성구의 G호텔. 이 곳 로비에 설치된 안내책자꽂이에 갖가지 홍보물이 꽂혀 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책자는 다음달 10일부터 열리는 '달구벌축제' 하나 밖에 없다. 그것도 일본어로만 돼 있어 미국인이나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볼 수가 없다.

이 호텔의 외국인 투숙객은 한달 평균 3백~5백명. 미국.일본인이 반반이다.

직원 金모 (30) 씨는 "시내지도.관광정보책자 등을 요구하는 외국인이 많지만 없어서 못준다" 며 "외국인들이 관광홍보물을 찾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고 말했다.

대구시가 요란하게 해외관광객 유치정책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관광 기초분야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동구의 D호텔도 미국.일본인 등 외국인관광객이 매달 1백50여명씩 투숙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 어디에도 영어.일어로 된 관광안내서는 없었다.

이 호텔 직원은 "지금까지 대구관광안내지도나 정보책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고 말했다.

대구의 관문인 고속버스터미널도 마찬가지. 관광안내센터도 없고 안내책자를 판매하는 곳도 전혀 없다.

동대구역.대구공항의 관광안내센터에는 몇가지의 팸플릿을 준비해 놓고 있지만 외국인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내지도에 도로망이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은데다 이용할 교통수단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없기 때문이다.

사업차 대구를 찾은 이란인 포터아브존 (32) 씨는 "도시가 작아 서울 보다는 덜 복잡하지만 대중교통 수단에 관한 정보가 없어 택시를 타고 다닌다" 고 말했다.

때문에 관광객도 크게 줄어 93년 8만여명이던 외국인 95년에는 7만3천여명, 지난해엔 5만6천여명으로 감소했다.

대구시가 지난 8일 마련한 '해외관광객 유치촉진 관광진흥회의' 에서는 이같은 문제들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경주대 조현호 (趙顯鎬.관광경영학) 교수는 "유럽국가들이 무엇보다 관광 기초자료 등에 세심한 관심을 가울인 덕분에 관광대국으로 성장했다" 며 "관광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정보 제공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 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일본어판 대구시내 지도와 시내 주요관광코스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돌아볼 수 있는 안내서를 곧 펴낼 계획이지만 예산이 문제" 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텔 등 관광지에 안내책자를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을 크게 늘여 신청하겠다" 고 밝혔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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