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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비디오 공개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클린턴 대통령의 연방 대배심 증언 비디오테이프가 미 언론들에 의해 21일 (현지시간) 일제히 공개되자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1일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증언테이프를 반복하는 특별방송을 하루종일 내보냈다.

ABC. CBS. NBC 등 공중파 방송들은 4시간12분에 이르는 테이프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 주요 장면을 발췌해 방영한 반면 CNN. MSNBC 등 케이블 TV들은 테이프가 공개되자마자 여과없이 모두 방영했다.

구체적인 성관계에 관해 공개적인 표현을 자제하던 방송사들은 "어린이들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으니 주의해달라" 는 경고를 달기는 했지만 테이프의 생생한 장면 덕에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날 오전 9시 (현지시간) 로 예정됐던 테이프 공개는 기술상의 문제로 25분가량 지연됐다.

○…클린턴의 증언은 8월 17일 오후 1시3분 (현지시간) 백악관 맵룸 (Map Room)에서 케네스 스타 등 4명의 특별검사팀과 마주한 채 진행.

클린턴의 앞쪽 카메라 옆에는 데이비드 켄들 등 개인변호사 3명이 입회했고 문답내용은 서너블록 떨어진 연방대배심의 폐쇄회로를 통해 TV로 중계.

모두 7개 부문으로 구성된 이날 테이프에서 클린턴은 처음엔 상당히 긴장한 표정으로 두손을 모은 채 증언에 관한 법적 절차에 대해 "알고 있다" 고 간단히 대답.

클린턴은 그러나 시종일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접촉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진실을 말했다" 며 자신의 이전 주장들을 되풀이했다.

○…미국 하원 법사위가 증언테이프와 함께 공개한 증거자료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정액과 클린턴의 혈액 유전자 (DNA)가 동일함을 입증한 검사결과.

클린턴의 혈액은 그의 연방대배심 증언이 있기 2주전쯤 대배심 증언을 한 같은 장소인 백악관 맵룸에서 채취됐다.

또 면책특권을 부여받기 전 르윈스키가 처벌을 두려워해 내용물을 삭제했다 복구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내용, 르윈스키가 20여시간에 걸쳐 친구 린다 트립에게 털어놓은 대화 녹취록, 르윈스키의 일기장 형식 노트 등이 포함돼 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부속 증거자료들에는 그래픽을 포함한 "노골적인 성적 표현" 이 묘사됐다며 부모들에게 경고.

○…이날 증언테이프 공개와 관련, CNN이 미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9%만이 방영 즉시 시청하겠다고 답한 반면 절반이 넘는 55%는 "전혀 볼 생각이 없다" 고 응답했다.

○…미국의 MPI홈비디오사가 25일부터 시판에 들어갈 대통령의 증언 테이프는 벌써부터 '사자' 주문이 쇄도.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따르면 이 비디오는 판매광고가 나가기 시작한 지 하루만인 20일 오후부터 스티븐 킹의 신작 공포추리 소설 '배그 오브 본스 (bag of bones)' 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는 20일 사임이나 탄핵까지 가지 않는 선에서 클린턴 대통령 스캔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거짓말을 계속 밀고 나가느라 행정부의 모양을 구겨 놓았지만 사임하거나 탄핵받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고 주장.

뉴욕 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클린턴이 법우롱을 중지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한다면 의회의 견책 등 탄핵까지 가지 않는 해결도 가능할 것" 이라고 지적.

○…27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을 둘러싼 보도를 '재앙' 이라 부르면서 클린턴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

콜 총리는 디 벨트지 (紙) 와의 회견을 통해 "클린턴의 사생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세계가 위선적 탐욕에 의해 가장 개인적인 문제를 인터넷으로 밝히는 방식은 구역질나게 하는 것" 이라고 비난.

○…싱가포르의 리콴유 (李光耀) 전총리 (현 선임장관) 는 20일 "클린턴의 성추문은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앗아갔으며 아시아 경제위기를 장기화할 수 있다" 고 경고.

李전총리는 "비슷한 상황이 싱가포르에서 발생한다면 당사자는 조용히 사임하고 우리는 그에게 성대한 환송연을 베푸는 대신 문제를 일으킨 여성을 그와 함께 보낼 것" 이라고 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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