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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의 재발견 … 줄 잇는 1만 관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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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관객 1만 명. ‘트랜스포머 2’가 최근 700만 명을 돌파한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기록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예술영화·저예산영화를 포함하는 이른바 ‘작은 영화’로서는 웬만한 ‘100만 명 짜리 상업영화’와 맞먹는 성적으로 친다. 수입가나 제작비가 낮기 때문에 1만 명이 넘으면 대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흥행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최근 외화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1만 명을 거뜬히 넘어서는 ‘작은 영화’가 늘고 있다. 다양한 영화를 보는 관객층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는 청신호다.

◆‘1만 영화’가 늘고 있다=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프랑스 영화 ‘쉘 위 키스’는 개봉 4일 만에 관객 1만 명을 넘겼다. 초스피드 흥행세다. 지난 달 18일 개봉 후 한 달 여 만에 2만2000여 명이 봤고 다음 달이면 3만 명 고지도 무난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취향’으로 잘 알려진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레인’도 1만1000여 명이 들었다.

1만 명 돌파는 일본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가 1만3000여 명, 오기가미 나오코의 ‘요시노 이발관’이 1만1000여 명, 야구치 시노부의 ‘해피 플라이트’가 1만800명이다. 1만 명을 넘어서는 속도도 빠르다. ‘해피 플라이트’는 1주, ‘걸어도 걸어도’ ‘요시노 이발관’은 3주가 걸렸다. ‘걸어도 걸어도’의 개봉관 수는 6개, ‘요시노 이발관’은 13개에 불과했다. 수입 영화의 대부분이 미국영화라는 점에서 ‘비주류’인 프랑스와 일본 영화의 선전은 이채롭다. ‘시네마 천국’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언노운 우먼’도 한 달도 되지 않아 2만8000명을 넘었다.

◆작은 영화 설 자리 넓어졌다=대대적인 홍보·마케팅을 하는 것도 아닌데 ‘1만 영화’가 줄을 잇는 건 영화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쉘 위 키스’ ‘해피 플라이트’를 홍보하는 ‘프리비전’ 이광희 팀장은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이 나오면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관람하는 능동적인 관객들이 늘어난 것이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능동적인 관객들이 전파하는 ‘입소문’은 상업영화뿐 아니라 작은 영화에서도 장기 흥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른 점도 한 몫 했다. 2002년 2개관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7년 만에 29개관으로 늘어났다. 이 중 서울 이화여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나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등은 좋은 영화를 꾸준히 소개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영화 독과점’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최근 들어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에 부쩍 박차를 가한 것도 무관치 않다. 현재 전용관 10개를 운영하고 있는 CJ-CGV는 2004년 이후 200여 편을 상영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부터 5개관을, 메가박스는 4월부터 1개관(동대문)을 운영하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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