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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도약, 한·미 FTA 비준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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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제통화기금(IMF)은 2010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1~2017년 사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4.9%로 회원국 가운데 셋째로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얼마 전에는 우리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일부 무역지표나 밖에서의 평가는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무역흑자의 내용을 보면 여전히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서 나타난 현상이고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어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우리의 주 수출시장인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회복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불안정한 대외 경제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수출 확대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총 GDP가 18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 EU와 FTA를 사실상 타결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EU와의 FTA 타결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FTA가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한·EU 간 FTA에 자극을 받은 월 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은 미 의회에 한·미 FTA의 비준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도 차제에 한·미 FTA의 발효를 위한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미국 양국 경제 모두가 수출시장 확대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혜택 외에도 한·미 FTA는 전통적 혈맹인 한·미 양국의 정치외교 전반에 걸친 우호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두 나라의 공조를 더욱 공고하게 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미 FTA는 2년이 넘도록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경제, 무역, 투자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국내 비준은 정치적인 논쟁에 발목을 잡힌 채 아직도 국회 비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이 먼저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오히려 우리가 먼저 비준해 한·미 FTA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표명하고 미국에 공을 넘기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기존 이익의 균형을 훼손하지 않고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어 결과적으로 미국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미 간 입법절차의 차이로 인한 시간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된 이후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 반면, 미국은 비준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법 제도가 협정 내용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비준하는 것이 실질적인 한·미 간 FTA 발효의 시간차를 줄이는 방법이다.

국회는 각 당의 이해를 초월해 하루라도 빨리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한·미 FTA 발효’를 본격적인 경제 회복과 경제 재도약의 시발점으로 삼는 혜안과 통찰력이 간절한 시점이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