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현대사 가로지른 여류작가 일대기 '딩링'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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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문학은 흔히 '시대의 거울' 로 불린다.

사회의 전체적 모습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소설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소설가는 때로는 시대를 선도하고, 때로는 시대에 좌절당한다.

삶과 사회에 대한 열정이 뜨거울수록 작가의 부침도 커지게 마련. 이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이든 작가의 피치못할 숙명이기도 하다.

멀리 갈 필요없이 한국 현대문학사를 잠깐 들여다봐도 이런 사례는 무수히 발견된다.

중국 칭화대학 (淸華大學)에서 중문학을 가르치는 쭝청 (宗誠) 교수가 쓴 '딩링' (다섯수레刊) .우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20세기 중국 현대문학사에 기념비적 작품을 여러 편 남긴 여류작가 딩링 (丁玲.1904~86) 의 일대기를 옮긴 전기다.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불사른 역사 속 거장들처럼 분열과 격동이 극심했던 중국 현대사의 복판을 가로질렀던 딩링의 발자취가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일반 전기물과 다른 점은 저자의 독특한 서술방식. 사료 나열이나 연보 정리 차원을 넘어 또다른 소설을 제시하는 것처럼 딩링의 내면과 감정변화를 치밀하게 따라갔다.

문학적 여운이 물씬 풍기는 전기인 것. 망해 가는 청나라 말기에 태어나 무정부주의에 접촉해 보고 방종에 가까운 성적 탐닉에 빠졌던 20대, 좌익작가였던 남편 후예핀 (胡也頻) 이 국민당에 처형된 뒤 깊어진 사회주의적 성향, 옌안 (延安) 의 마오쩌둥 (毛澤東) 을 찾아가 뛰어든 혁명사업, 문화대혁명 기간중 우파 엘리트작가로 지목돼 당한 갖은 수모와 투옥, 그리고 석방과 복권 등등. 시대와 작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한다.

또한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는 중국의 최근사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도 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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