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집단소송제'도입검토…세계은행 요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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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은행 (IBRD) 이 20억달러 구조조정차관 지원 조건으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요구해옴에 따라 우선 정부는 범위를 좁혀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변칙 회계처리 방지 등 주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으며, 이 때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도 최종 확정해 IBRD에 전달할 예정이다.

집단소송제란 피해자 (주주가 아니어도 누구나 가능)가 해당기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이길 경우 똑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사람도 별도의 재판없이 보상받는 제도다.

이번에 검토중인 주주 집단소송제란 주주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길 경우 나머지 주주도 재판없이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13일 "일반적인 집단소송제는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데다 남용 소지가 있어 도입할 수 없다" 며 "IBRD는 일반 집단소송제가 안되면 우선 주주 집단소송제라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가능성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한편 컴퓨터전문가.조리사 등 26개 업종에만 허용되는 근로자파견제를 전업종으로 확대하라는 IBRD 요구와 관련,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해야할 문제인데다 노조측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이사회내에 감사위원회를 설립, 감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라는 IBRD 요구에 대해 정부는 이사와 감사를 분리해놓은 현행 상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현재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IBRD는 이밖에도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사회보험의 운용을 은행과 투자신탁의 전문 펀드매니저에 맡겨 수익성을 높일 것과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독과점 규제를 하지 않기로한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IBRD가 문제를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IBRD가 요구중인 지주회사는 여당의 반대로 국회처리가 지연되고 있지만, 정부가 이미 허용하기로 결정해놓은 것이어서 큰 문제가 안될 전망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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