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내 악기, 생명을 노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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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몸에서 나는 소리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후유키 야마카와.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한 남자가 무대에 서 있다. 훤하게 드러난 가슴과 이마 등 몸 이곳저곳엔 전자 청진기, 작은 마이크가 테이프로 붙어 있다. 연주가 시작되자 쿵쿵 뛰는 남자의 심장박동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고, 그 박동에 맞춰 무대에 설치된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손으로 이마를 탁탁 두드려 타악기 소리를 내고, 때론 발로 드럼 심벌을 걷어차기도 한다. 자신의 신체에서 나는 소리를 이용해 즉흥음악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일본 행위예술가 후유키 야마카와(36)다.

그가 25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매달 한번씩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의 ‘실험 페스티벌-바디 심포니’를 통해서다. 공연을 앞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어떻게 몸을 이용한 음악을 구상하게 됐나.

“일본 다마 미술대학에서 서양 미술을 공부하면서 극동에 살고 있는 예술가인 내가 나 자신을 가장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가운데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 즉 내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생각했고 몸에서 나는 각종 소리와 심장 박동을 테크놀러지를 이용해 증폭하는 음악을 기획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등 국제미술제와 ‘후지록 페스티벌’ 등 대중음악 공연, 소니 워크맨 CF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약중이다.

“실제로 나의 무대는 극장, 미술관, 라이브 하우스 등 다양하다. 미술·음악·영상 등의 예술분야는 모두 각각의 문맥과 가치를 갖고 있지만 나의 관심은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인간의 생명’, 그 자체의 보편적 가치다. ”

-무대에서의 당신을 보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공연 중 사고를 당한 적은 없나?

“2006년 베니스 비엔날레 무대에서 공연 중 실신한 적이 있다. 몇 분 동안 정신을 잃은 채였는데, 다행히 관객들은 그것을 의도적인 연출이라 생각한 것 같다(웃음). 무대에서 깨어났을 때 몇백명이 쓰러진 나를 조용히 보고 있는, 신선하면서도 기묘했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다행히 자연스럽게 퍼포먼스를 계속했고, 무대는 어쨌든 대성공으로 끝났다.”

이영희 기자

◆2009 오버뮤직 백남준아트센터 실험 페스티벌-바디 심포니(Body Shympony)=7월 25일 오후 5시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입장 무료. 031-201-8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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