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사기술 도입 벤처기업'거림정공' 임평규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설립2년째인 벤처기업 '거림정공' (부산동구초량동) 임평규 (林平圭.46) 사장은 '기술 백화점' 으로 통한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무려 1백여가지나 알고 있다고 해서다.

"총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군사시설을 드나들었습니다. " 기술 습득을 위한 林사장의 노력은 실로 눈물겨운 구석이 있다.

그는 87년 부산 H사의 기술개발팀장으로 러시아와 '자동채란기' 를 공동개발하면서 러시아 기술과 인연을 맺었다.

그후 러시아 군사기술에 매력을 느끼고 그 도입을 위해 러시아를 30여차례 드나들었다.

러시아기술자 등 10여명을 50여차례 부산으로 초청하느라 엄청난 돈도 들었다.

러시아 군사연구소 박사들을 만나 힘겹게 설득하기도 했다.

군사기술 수입에 성공한 그는 96년 거림정공을 세운뒤 상용화에 나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첫 작품은 모든 금속과 비철금속, 철근콘크리트, 대리석 등을 절단할 수 있는 전천후 산소 절단기. 이 절단기는 아세틸렌이나 프로판가스 대신 석유를 연료로 사용, 화염의 온도가 높아 절단속도가 두배나 빠르다.

경비는 20%밖에 안들고 수중절단까지 가능하다.

이 절단기는 러시아가 군용장비의 효과적인 해체 등을 위해 96년 개발한 기술이다.

林사장은 러시아보다 앞서 97년 이 기술의 상품화에 성공, 러시아로 역수출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러시아 등에 28만달러어치를 수출했고 조선소와 중공업체등 국내에도 2억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올들어 러시아에 53만달러어치의 오더을 받아놓고 모라토리엄이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

또 일본.중국.파키스탄 기업과 수출상담도 하고 있다.

이 절단기 판매에 힘입어 거림정공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배인 80억원의 매출목표를 잡아놓고 있다.

그는 첨가제 없이 물과 기름을 25대75로 균일하게 섞어 새 연료를 만드는 '초미립 파쇄 혼합장치' 의 상품화에도 성공했다.

이 장치로 만든 연료는 완전연소돼 대기오염을 줄이고 연료비도 벙커C유등보다 5~25% 절약할 수 있다.

최근 개발이 끝나 특허출원중이며 내년부터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또 현존하는 유압모터나 유압펌퍼보다 수명이 길고 효율이 월등한 '유압펌퍼와 유압모터 겸용장치' 도 林사장이 지난해 개발에 성공, 시제품까지 제작해놓은 역작이다.

이 제품에 대한 특허가 최근 나왔다.

林사장은 절단기와 혼합장치를 개발하면서는 중소기업청의 혁신기술개발자금을, 유압펌퍼는 정부의 산업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았다.

林사장은 "혼합장치와 유압펌퍼를 본격 생산하게 되면 연간 5천억원 이상의 수입대체및 수출효과를 볼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이탈리아 조선회사에서 선박엔진기술 감독으로 일한 경험이 러시아의 첨단기술의 설계도면을 이해하고 이를 상용화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부산〓강진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