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북한 인공위성'진위발표 이래저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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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31일 북한이 쏘아 올린 물체가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는 최첨단 정보망을 갖춘 미국의 최종 판정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위성이라며 미국의 미사일 발표를 뒤집은지 4일이 지나도록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어 갖가지 억측을 낳고 있다.

물론 그동안은 노동절 연휴였다.

관계기관이 모두 문을 닫아 공식 발표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집중 분석 결과를 언제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기색도 없지 않다.

문제의 발사 직후 미 정부는 대포동 1호 미사일이라고 밝혔고, 북측의 인공위성 발표 주장에 대해선 믿지 않았던 만큼 현재 미 행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은 적지 않다.

미사일로 드러날 경우 그걸 확인하는데 웬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인공위성으로 판명될 경우에 비하면 별 게 아니다.

실험용 인공위성은 워낙 소형이라 포착이 쉽지 않다고 해봤자 변명에 불과할 것은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끄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진한 정보를 섣불리 공개할 경우 신뢰성에 또다시 금이 갈 우려가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시간 끌기에는 더욱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현재 타결 직전에 있는 북.미 고위급회담에 대한 배려다.

미국은 양측간 포괄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이나 서울에서 엉뚱한 얘기가 흘러나와 북측의 막판 판깨기에 빌미를 제공할까 몹시 조심스럽다.

그래서 이미 인공위성 사실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위성발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고위급회담을 원만히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9일부터 시작될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의 워싱턴 방문 일정도 한.미 양국간 협의를 거쳐 미국 입장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미측의 시간벌기에 명분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한편 발표를 할 경우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간단히 답하는 것과 국방부 등이 나서 상세한 브리핑을 하는 것인데 인공위성일 경우 후자를 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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