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 새 교육감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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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학생들의 학력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교 평준화는 근간은 유지하되 자립형사립고.특목고.특성화고.자율학교.대안학교의 설립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새 교육감의 이 같은 포부가 한국 교육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라고 판단한다.

1974년부터 30년 동안 시행돼온 평준화는 학생 인구의 대도시 집중 억제와 지역 간 교육 균형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별도의 영어.수학 심화교육을 받아야 대학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학생들의 학력을 저하시킨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능력과 실력 차이가 엄연한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 모아놓고 동일한 교재로 가르치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성적 하락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평준화 문제점 시정을 요구하는 여론에 따라 수년 전부터 교육인적자원부가 개선작업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고교 설립 권한을 쥔 시.도 교육감의 반대에 부닥쳤다. 특히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입시기관으로 전락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자립고와 특목고의 신설에 반기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 당선자의 자립고와 특목고 증설 방침 언급은 평준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붕어빵 만들기 같은 교육은 더 이상 안 된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 한동안 평준화 교육을 하던 국가들도 점차적으로 교육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고 있다. 고교까지는 의무교육인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국.공립은 평준화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수준이 비슷한 학생을 선발해 학습경쟁을 허용하는 자립고와 특목고를 많이 설립하고, 사립고에는 건학이념에 맞게 학생을 뽑아 교육하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계시장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경쟁력 갖춘 유능한 인재의 양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