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98]50여명 한몸된 '희망4,000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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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1일부터 국토 4천리를 걷고 있는 '희망의 행진98' 순례단 사이에 땀방울과 눈물이 빚어낸 애환과 우정,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하모니를 이룬 진한 감동이 물결치고 있다.

최종 도착지 서울까지는 이제 불과 이틀. '희망의 전도사' 50여명은 남북한 결식아동을 돕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겠다는 한가지 신념으로 육체적 고통도,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극복했다.

행진단 대장인 캐나다 교포 원재엽 (元在燁.44) 씨. 지난 7월말 귀국한 元씨는 서울에서 병석의 장인을 뵙고 국토순례에 나선지 1주일만에 상을 당했지만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캐나다에서 날아온 부인에게 위로전화만 건넬 수밖에 없었던 元씨는 "자신을 내던지며 사랑을 실천하는 행진자들을 보면서 혼자만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충남 태안지역에 4백㎜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집 절반이 침수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은 金텃골샘터 (44.충남태안군태안읍) 씨. 金씨는 복구작업을 위해 보름간 행진단을 떠났다가 행진단이 그리워 초등학교 아들과 함께 돌아왔다.

부인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친지들에게 간병을 부탁하고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 한청 (韓淸.58.이발사.대전시봉명동) 씨도 보통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순례단 사이엔 정겨움도 넘쳐난다.

할머니를 여읜 김윤배 (金倫培.19.아주대1) 군을 위해 즉석에서 부조금을 거두는가 하면 지난달 24일에는 동반작가로 참가중인 시인 신동호 (申東昊.34) 씨의 둘째아들 백일소식이 전해지자 숙영지에서 조촐한 축하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발목이 퉁퉁 부어 눈물까지 보였던 이재홍 (李在弘.24.인덕대2) 씨는 "고통을 삼키며 걸은 국토순례가 한민족 재도약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한편 순례단은 3일 수원~안산을 거쳐 인천시 간석북초등학교에 도착했으며, 4일에는 경기도파주시 금신초등학교까지 행진한다.

성금모금 ARS전화 700 - 1234.

인천 =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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