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은행이 보증선 기업들…줄도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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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퇴출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했던 기업들이 금융기관들의 자금회수 압박에 시달리면서 덩달아 퇴출위기에 몰리고 있다.

최근 투자신탁회사.은행 등 이들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했던 금융기관들은 일제히 내용증명을 발송, 해당 기업들에 오는 10월말까지 ^새로운 보증처를 구하거나^회사채를 조기 상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기관들은 "고객재산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 라며 조기 상환이 안될 경우 소송을 해서라도 자금회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부랴부랴 자금확보와 보증처 구하기에 나섰지만 최근 심각한 자금난과 신용경색으로 사실상 금융기관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이 자금회수를 강행할 경우 해당 기업들의 부도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자금시장이 얼어붙게 돼 멀쩡한 기업들까지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

퇴출은행 회사채는 충청은행이 지급보증한 6천4백억원을 비롯, ^동화 4천1백억원^경기 5천1백억원^동남 3천1백억원^대동 3천7백억원 등 모두 2조2천4백억원에 달한다.

기업별로는 1백여사가 평균 2백억~3백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투신.은행권에서 만기가 1~2년 넘게 남은 회사채까지 조기 상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퇴출은행 회사채가 인수은행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무보증 채권으로 전락한데 따른 것이다.

보증기관 퇴출로 불안을 느낀 금융기관들이 기업이 아직 자금여력이 남아있을 때 남보다 앞서 채권을 확보하려고 경쟁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선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마저 5개 은행이 퇴출된지 두달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지급보증해주는 방안을 강구했으나 신용보증기금측이 보증 여력의 한계를 이유로 퇴출은행 회사채를 일절 떠안을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각 기업 재무담당자들은 투신사 등을 찾아다니면서 읍소 (泣訴) 작전에 나서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충청은행에서 보증받아 2백5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 S사 관계자는 "만기가 1년 넘게 남았는데 갑자기 현금으로 모두 갚으라면 부도를 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도산이 줄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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