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수사 학원간부 소환 늦추며 '수위 조절'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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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고액 '족집게' 과외사건은 관계자들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 현직교사와 학원간의 검은 커넥션이 핵심 의혹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경찰의 수사는 학원 관계자의 혐의에만 집중돼 졸속으로 마무리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1일 조사대상인 교사 1백38명과 학부모 73명중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교사 50명과 학부모 6명을 조사한 뒤 수사를 끝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에 대한 경찰수사는 이 사건의 구조적 비리 의혹에서 비켜난 채 단순알선 수준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교사 51명을 소환, 17명의 교사로부터 10만원 내외의 촌지를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내 입건했을 뿐 ▶학생알선 '팀장' 교사 ▶현직교사의 학원강의 ▶시험지 유출 등 핵심의혹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날 조사는 한신학원 김영은 (金榮殷.57) 원장과 만난 계기, 식사 및 술접대 여부, 촌지수수 여부 등의 질문에 대한 진술서 1장을 작성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또 1일 잠적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한신학원 실장 김달숙 (金達淑.49.여) 씨가 이날 새벽 자진출두, 金원장의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金씨의 남편 金모 (53) 씨는 "아내는 잠적한 일이 없으며 줄곧 집에 머무르며 경찰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지난달 29일에는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까지 받았다" 고 말해 경찰이 정해진 목표에 맞춰 수사수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金원장의 측근 L씨는 "金실장이 관리해오던 수강생중 고교 1년생 10명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등 경찰이 수사확대를 피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학원업자의 사기행위가 아니라 그와 관련된 학교 현장의 각종 비리혐의" 라며 "관련 교사와 학생들의 이름이 드러나 있는 이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당국과 함께 진상규명 노력을 기울여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언.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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