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전야]막판 표훑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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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1일 새로 태어날 한나라당은 여러 면에서 주목된다.

'야당에 익숙지 않은' 야당으로서 이제는 제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새 총재가 과연 과반수 의석을 상실한 정국상황에서 리더십 부재 (不在)에 허덕이는 야당을 이끌고 어떻게 대여 (對與) 관계를 이끌고 갈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중첩된 난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자리임에도 총재 경선을 하루 앞둔 30일 후보들은 한표라도 더 챙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통합, 일부 소속 의원의 탈당 움직임, 정치권 사정 (司正) 과 경제.방송청문회 개최 등의 악재 (惡材) 도 이들의 열기를 냉각시키지는 못했다.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 이한동 (李漢東).김덕룡 (金德龍) 전부총재, 서청원 (徐淸源) 전사무총장 등 후보 4인은 선거운동 마감시간인 이날 자정까지 지방 대의원 숙소를 부지런히 찾았다.

일부 후보들은 경선 후 탈당설을 의식한 듯 "당선되지 않더라도 당에 남을 것" 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 후보측에 대한 일부의 흑색선전 등 과열 선거전으로 인한 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 이회창후보 = 자택에서 전당대회 정견발표 연설문안을 다듬은 뒤 오후에는 호남.충청.경북지역 대의원들의 숙소인 교육문화회관.올림픽파크텔 등을 돌며 '대세론' 을 강조했다.

특히 李후보 진영에는 "모후보측은 당선이 안되면 깡패들을 동원해 전당대회장을 뒤엎을 계획을 짰다" 는 말이 돌기도 했다.

김윤환 (金潤煥) 전부총재.황낙주 (黃珞周) 전국회의장과 부인 한인옥 (韓仁玉) 씨 등을 팀장으로 하는 5개조도 각각 대의원 숙소를 순회.

◇ 이한동후보 = 막판까지 이회창후보를 표적으로 삼아 "실패한 대선후보체제 부활 불가" 를 주장. 오전 기자회견에선 "이회창 - 김윤환 - 이기택의 기형적 삼두집단체제는 당을 분열과 갈등의 장 (場) 으로 만들 것" 이라고 위험수위에 육박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각 지역 득표 책임자인 2백여명의 '지방특보단' 을 강남지역 갈비집에 소집, 막판 표 단속을 위한 상대 후보측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할 것을 지시.

◇ 김덕룡후보 = 낮 시간에는 경부고속도로 천안휴게소에서 휴게소에 들르는 지방 대의원 탑승버스에 올라 즉석 유세를 했다.

저녁때는 잠실 롯데호텔에서 8백여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필승 전진대회' 를 주관, "모두를 하나로 묶는 야당을 만들겠다" 며 자신이 '야당 적자 (嫡子)' 임을 강조. 이회창후보를 가리켜선 "마른 땅만 밟고 비 한방울 맞지 않으려는 사람" 이라고 혹평. 이 자리에는 무소속 홍사덕 (洪思德) 의원이 참석, "DR가 선전해야 잘못가고 있는 개혁이 바로잡아진다" 고 찬조 연설도 했다.

◇ 서청원후보 = "젊고 열정을 가진 총재가 당선돼 정당의 틀과 사고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고 기자회견을 한 뒤 연설문안 다듬기에 오후 시간 대부분을 할애. 오후 7시쯤부터는 이재오 (李在五) 의원 등 측근들과 함께 대의원 숙소를 릴레이 방문해 '세대혁명' 을 역설. 이회창후보를 향해선 "허구뿐인 대세론" 이라고 공격.

김종혁.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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