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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들어간 고려무역…무역자유화로 역할 위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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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30여년간 영세 중소기업의 수출창구 역할을 맡아왔던 고려무역이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국무역협회가 전액 출자한 이 회사는 지난 28일 무협 이사회의 청산의결에 따라 현재 청산인 선임등 법률절차를 밟고 있다.

고려무역은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9년 8월 청와대 수출진흥확대회의의 결정에 따라 설립됐다.

당시 이름은 한국수출진흥㈜. 그후 76년에는 종합상사로 지정됐고, '개미 군단' 의 힘을 모아 87년의 경우 2억달러를 수출, 전체 수출의 4% 이상을 차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무역업이 등록제.신고제로 자유화되고 기업들이 직접 수출전선에 나서면서 고려무역의 역활이 급격히 위축돼 지난해에는 겨우 1억2천만달러 수출에 전체 수출비중은 0.1%에 그쳤다.

특히 수출이 어렵다 보니 재무구조가 좋지않은 영세업체의 수입 대행에 치중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돈을 많이 떼이면서 부실의 골이 깊어져 지난해말 1백67억원의 자본금 마저 완전 거덜냈고,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이 가중돼 누적부채가 무려 8백60억원에 달하면서 지난 1월 결국 부도의 벼랑까지 몰렸었다.

고려무역은 그러나 "파산할 경우 1천여개 중소업체가 연쇄 도산하고 경제위기의 탈출구인 총력 수출체제에 차질을 빚게된다" 는 여론에 힘입어 부도 위기는 면한채 개점휴업 상태로 표류해 왔다.

무협 김정태 (金丁泰) 이사는 "정상화를 위해 고려무역에 대한 지급보증 5백27억원을 출자전환키로 하고 인수 희망업체를 공모하는등 회생방안을 모색했으나 성과가 없어 정리할 수 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무역 노조의 김병국 (金柄局) 위원장은 "영세 중소업체의 수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적자는 불가피했는데,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설립된 고려무역을 경제논리만 앞세워 정리로 몰고 갔다" 고 지적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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