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홍석현사장 방북 7박8일]남북언론교류 이정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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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본사 홍석현 (洪錫炫) 사장 일행의 북한 방문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남북 언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민족의 화해.협력에 관한 여러 방안들을 논의해 합일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洪사장은 지난 23일 노동신문사의 책임자를 만나기 전에 일단 초청측인 조선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이종혁 (李種革) 부위원장과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 전반에 관한 논의를 가졌다.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洪사장은 ^남북간 화해.협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토론회 개최^언론분야 교류.협력^시범사업으로 언어.생태계 공동조사, 역사유적 공동발굴 등을 제안했다.

李부위원장은 洪사장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李부위원장은 특히 협력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해당기관과 구체적으로 토론해보고 이른 시일안에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밝은 전망을 낳게 했다.

洪사장은 뒤이어 27일 노동신문사의 최고책임자 강덕서 (康德瑞) 주필대리 (노동신문사 대표는 책임주필이나 현재는 공석중임) 와 만나 언론분야 교류.협력과 시범사업을 거듭 제의, 역시 긍정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康주필대리는 아태평화위원회를 창구로 해 앞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갈 뜻을 명백히했다.

28일 오후 5시부터 윤이상 음악연구소 접견실 및 서재동 초대소에서 진행된 '남북 언론인의 밤' 행사에서도 이같은 협력기조가 다시 확인됨으로써 언론교류의 큰 길을 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행사에는 박형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조정호 통일신보사 부사장, 이의민 중앙텔레비전방송 시사논평원 등이 참가해 신문.통신.방송인과의 교류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이번 洪사장의 방북 기간중 북측은 일관되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7박8일의 전기간 동안 이종혁 부위원장이 동행하는 이례적인 환대였다.

李부위원장은 6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洪사장 일행의 금강산.묘향산 산행에까지 꼬박 따라나서는 등 친선 도모의 정성을 보였다.

북측의 이같은 우호적인 분위기에는 본사 통일문화연구소 북한문화유산조사단의 세차례 (지난해 9월과 12월, 올해 7월)에 걸친 답사와 그 후의 연재물들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본지에 실린 유홍준 교수의 '북한문화유산 답사기' , 최창조씨의 '북녘산하 북녘풍수' , 그리고 3차 방북에 따른 시인 고은씨, 소설가 김주영씨 등의 글이 대북 화해.협력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본사가 지난 수년간 기울인 남북한 화해.협력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북측의 정책 및 자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귀중한 경험을 한 셈이다.

평양에서 논의된 여러 협력사안은 앞으로 쌍방 정부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구체화될 예정이다.

본사가 언론교류의 첫발을 내디딤에 따라 앞으로 다른 언론사들은 물론 사회문화분야 기관.단체들의 방북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남북한 관계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밖에 洪사장은 한국 지도급인사로는 처음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해 부총장.교직원.학생들과 좌담회를 갖고 21세기를 대비한 지식.정보산업의 중요성과 남북한 대학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에 관해 환담을 나누는 등 북한 지식인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 대학측 책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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