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軍 만들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방부 장관에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임명됐다. 그의 임명은 이례적이다. 대장을 거치지 않은 해군 출신이라는 점, 청와대에 근무하다가 직접 장관으로 임명된 점이 그렇다. 그런 만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금 주한미군 철수 등 여러 현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윤 장관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군이 더 이상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군의 전문영역을 지켜나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번 '북방한계선(NLL) 사태'등 그동안 청와대와 군 간의 마찰이 있었던 점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군의 임무는 고지식하다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안보 임무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적에 대항해 작전을 하는 군에게 남북화해를 생각해야 하느니 하는 식의 정치논리를 개입시키면 어떻게 올바른 작전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사격중지 명령이 내려올까봐 보고하지 않았다'는 해군 작전사령관의 언급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군이 과거 선배들의 정치개입이라는 업보 때문에 본의 아니게 군의 고유영역을 그동안 정치에 빼앗겨 온 것이 사실이다. 군 인사에도 정치가 지나치게 개입해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인맥에 따라 군 내부가 흔들렸다. 이제 군은 하나의 전문적 집단으로서 안보에 관한 독자적인 분석과 판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주요 멤버인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정책을 결정하는 이 기구에서 적극적으로 군의 입장을 개진할 의무가 있다.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입김을 군에 '전달하는 차원'의 메신저 노릇에 그쳐서야 누가 군을 대변해줄 수 있겠는가.

지금 군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군의 사기는 군인의 명예심을 살려주고, 국민이 군의 역할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고마움을 느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틈만 나면 '군부독재'운운하며 군을 몰아세우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권력 주변의 이러한 정치적 소음을 차단해 주는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군인이 당당하게 군인의 길을 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제일의 책무다.